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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79

성대신문, 눈이 아닌 손으로 읽는 필사의 세계 아주 작게 필사모임을 이어갔다. 대학 신문에서 인터뷰를 했다. 존재가 미미해서 한참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주절주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기자의 촘촘한 글에 작은 이야기가 붙었다. 몇 개의 질문 덕분에 나는 왜 좋아할까, 왜 고민할까, 무엇을 하고 싶을까, 자글자글 구르던 생각들을 오래 돌아봤다. 작은 점이라 생각하며 지냈는데, 점을 발견해주는 일이 참 고맙다. 성대신문, 눈이 아닌 손으로 읽는 필사의 세계 http://m.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83 2016. 7. 15.
상실을 생각했다. 1. 권여선의 소설을 챙기고 나왔다. 첫 문장은 그랬다.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2. 데몰리션을 보고 왔다. 상실의 한가운데에서, 상실을 말하지 않지만 실은 모두 상실이었던 이야기. 상실을 이렇게도 그릴 수 있을까. 가끔은 피식 웃기도 하며, 덤덤하게 상실을 마주했다. 삶이 무너지는 증상. 그리고 삶이 무너지지 않으려는 증상을 생각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한다 알고 있었던,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은, 감히 이해한다 할 수 없는, 상실이란 낱말은, 사람은, 시간은, 그랬다. 덤덤히 마주할 수 있는 간극을 나는 갖고 싶었다. 3. 영화가 끝나고 해설을 더한 의사는 글을 씀으로써 감정을 서사화하는 경험을 말했다. 감정을 종렬로 세.. 2016. 7. 15.
너의 열한 번째 날 오늘은 너의 날. 아주 오래 전에, 여름이었고, 자전거가 한 번씩 사라졌었다. 사라졌다 돌아오는 까닭을 알 수 없었고 나는 화가 났고 며칠 뒤면 자전거가 돌아왔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네가 가고, 창고에서 또 사라졌던 자전거를 찾았다. 네가 타는 모습을 보았다던 어른들의 얘기를 들었고 여기저기 흠집이 난 자전거를 만졌다. 너보다 더 큰 자전거를 타고 몇 번을 넘어지고 두근거리기도 했을 너를 생각했다. 누나 자전거 사 달라는 어린 너의 얘기에 어린 나는 웃기만 했었다. 네가 갔다. 까끌거리는 검은 고무 핸들을 만지작거리는 일밖에 할 수 없어서, 내가 너무 미워서, 엉엉 울었다. 자전거 타는 효렬이를 보지 못했는데 그 작은 발로 큰 바퀴를 굴리며 골목을 누비는 효렬이가 눈에 선했다. 오늘은 너의 열한 .. 2016. 7. 2.
달, 밤 은행나무 가로수에 가로등불이 달처럼 걸렸다. 달이구나, 했다. 한 번 보고 한참 걷고 다시 보고, 그러고 걸었다. 가로등불보다 작고 덜 환하지만 달은 달, 진득한 달이 잘 따라오나 달을 잘 따라가나 하늘을 바라고 걸었다. 미지근한 밤공기가 살에 닿는다. 기온만큼 더 걸으려고 발을 딛는다. 나는 조금은 더 기운나는 사람이고 싶었다. 땅을 더 힘차게 박차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달밤에 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싶어졌다. 오로지 내 발로 바퀴가 구르는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땅으로 스민 기운이 두 발을 뿌리로 삼아 내게 다시 스며들었으면 싶었다. 2016.6.21. 2016. 6. 22.
떠나온 사람에게만 돌아갈 곳 있으니 허약한 뿌리가 어쩌면 어느 곳이든 발 딛고 사는 동력일 수도 있었다. 떠나온 사람에게만 돌아갈 곳 있으니. 하림의 노래를 들으며 어느 순서를 생각했다. 돌아갈 곳이 있어야 떠날 수 있지 않을까. 돌아갈 곳이 없어서 떠나는 걸까. 무엇이 먼저일까. 닭과 달걀 같은, 그런 생각들. 버스를 탔고 익숙한 곳을 에둘러 비껴난 길을 지났다. 창밖을 훑다가, 노래와 풍경의 간극처럼 발딛은 곳이 가깝고 또 멀었다. 2016.5.28. 2016.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