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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79

작은 위안 검색창을 열었더니 춘곤증 물리치는 체조가 상위 검색어에 나왔다. 봄은 봄이구나. 무언가 검색을 하려다가 머리가 하얘져서 아아아 두들겼더니 아아아아아아- 길게 이어진 자동완성 검색어가 첫 번째로 떴다. 나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구나 하고 작은 일에 왠지 위안을 받는 내 마음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얻는 위로와 위안과 공감이 실은 별일이 아닌데, 차곡차곡 포개져 내 안의 별일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2016.4.3. 2016. 4. 14.
이문재, 봄날 종이컵에 낙서하는 버릇이 붙었다. 갖고 간 책이 잘 안 읽혀서 딴생각을 하다가 낮에 읽은 이문재의 '봄날'을 베껴적었다. 사무실 목련나무가 벙글기 시작해 생각이 났다. 고운 시를 읽었는데, 따끈한 계란탕에 밥 말아먹고 싶다는 생각이나 하고 앉았다. 이렇든 저렇든, 순한 봄밤을 바라는 시간. 2016.3.24. 2016. 4. 7.
필사모임 저마다 읽는 책을 갖고 와 끄적거리는 시간. 다른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나, 얘기듣는 시간이 좋다. 내 책을 읽고, 쓰고, 사람들의 책을 듣는다. 대여섯 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다. 고래와 돌고래가 친구가 된 동화책을 필사하는 분이 있는데, 매주 둘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기다린다. 이날은 파리 여행을 간 돌고래가 그리운 친구 고래에게 쓴 편지를 들었다. 2016.3.17. 목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 필사모임 @합정 허그인 2016. 4. 7.
다정하게 말 걸기 산수유도 피고 목련도 피었다. 올봄 꽃구경은 더 늦을 줄 알았는데, 꽃나무를 옆에 둔 덕에 아침마다 새순이 얼마나 보송보송해졌나 살피는 일이 좋았다. 사무실 일층에서는 까치나 참새나 비둘기만 오는 줄 알았는데 꽃이 가까운 이층에 오니 처음 보는 새들도 종알거렸다. 해가 좋은 날 몇 시간이고 재잘대던 새들이 요녀석들인가 싶어 괜히 더 반가웠다. 강 옆에 살고 싶었는데 산 아래로 집을 옮겼다. 지난밤은 상자들 사이에 골판지처럼 구겨져서 잤다. 이사를 하고 내 자리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쓸쓸해졌다. 마음이 바닥에 찰싹 붙었다.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핑계로 종일 안에 살았다. 가진 것 없이 산다 생각했는데 이사를 할 때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내 그릇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산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2016. 3. 27.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미 요며칠 최백호 아저씨의 목소리가 좋다. 아름다운 시절을 듣다가, 참 좋은 시절 드라마 결말을 못 본 일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어린날부터 그랬다. 세일러문도 천사소녀 네티도 마지막회를 못 봤다. 놓친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다. 친구에게 줄거리를 듣는 일로 대신했다. 자라면서도 드라마가 마지막회에 가까워지면 어느 때에 맥을 놓았다. 다 지나고 나서야 검색으로 결말을 찾고 기사를 읽었다. 다 알고 나서야 못 본 회차들을 되짚어 다시보기를 했다. 결말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주하지 못했다. 겁일지, 공상일지, 못남일지. 지금도 간간이 그러는 나는, 왜 그랬을까. 주말을 다르게 살아보려고 드라마를 안 본 지 두 달이 넘었다. 그러면서도 궁금은 하고 매달리기는 싫어서 가끔 기사로 드라마를 읽는다. 이것도 병.. 2016.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