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움과 입을 맞추는 것
김수영의 시, 거미 생각을 오래 했다. 결국은 혼자만의 생각이어서 발전할 것도 맺을 것도 없는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오래 생각하다가, 내 잘못을 생각하다가, 서러운 생각이 일었다. 아무래도 이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생각하기를 멈췄다. 서러운 것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바라지 않으면 서러울 일도 없었다. 바람, 바라지 않음. 반의관계이지만 그 사이 촘촘히 채워진 명명하기 어려운 감정들. 바라지 않으면 맺어지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감정의 풍경으로 치열하게 뛰어들 수도 없는 나는, 그저 우두커니 기다리는 방법밖에 몰랐다.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멍하니 있다가, 누워있다가, 일상의 순간 순간마다 생각이 들고 감정이 인다. 평탄하게 다져진 마음으로 사는 삶과, 어떤 감정이든..
2015.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