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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79

인연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괜찮게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내 이야기도 더하고 싶었다. 두 달하고 삼 주째. 그 사이 수첩을 다 쓰고 한 장 남았다. 빼곡히 채운 글자들이 익숙해지면 이 시간들이 내 이야기가 되고, 괜찮은, 이란 단어의 뜻도 나는 더 넓혀갈 거라고. 시간을 더 믿기로 했다. 어느날 친구에게 아이들과 너는 영혼이 이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외로울 때에 친구의 말이 뭉클했고, 마음의 깊이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말을 듣게 해준 아이들이 고맙고 그리웠다. 마음 지친 날에 등 비빌 언덕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었다. 사람을 얻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잃지 않고 싶었다. 괜찮다 생각했던 시간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와.. 2015. 12. 28.
다정한 하늘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마음이 앞섰고 그래서 조금은 힘이 부쳤다. 사람은 저마다의 키가 자란다고. 마음도 더도 덜도 말고 그 키만큼 자라면 된다고. 마음이 복작일 때 이따금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생각났다. 다정한 말을 잊고 나는 내 키를 넘는 마음을 갖겠다고 다시 애를 썼다. 그래서 조금은 버거웠다. 제천에서 서울 오는 길. 풀도 나무도 하늘도 가득한 길이 좋았다. 어느 시인은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삼겹살 같은 세상이라 했는데, 그 말에 끄덕이다가도 그러기에는 하늘도 마음도 맑은 날이 많았다. 다정한 말을, 다정한 하늘을 생각하면 되었다. 2015.6.27. 2015. 12. 28.
풍경 보송보송한 빨래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들으며 밍기적거리는 일도 좋았다. 비가 촉촉한 밤. 기어이 빨래를 돌리고 지난 여름 사진 뒤적거리며 우웅우웅 돌아가는 소리에 그냥 마음이 괜찮다. 이날은 팔월, 전주였고 출장 중이었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르고 또 닮은 일들을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이 모였고 나는 마음이 들떠서 골목길도, 대문도, 빨래도, 소소한 풍경들이 처음 보듯, 마냥 좋았다. 다시 맞은 여름. 여름의 풍경은 같은데 내 풍경은 달라졌다. 몸이 늘어지는 것 같아서 가뿐해지겠다고 머리를 잘랐다. 꽃핀 꽂으면 좋은 사람 만난다고 선물해준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예뻐서 묶을 만큼의 머리는 남겨뒀다. 다른 무게일텐데도 가뿐한 머리에 마음이 보송보송해졌다. 똑 떨어진 필름도 이.. 2015. 12. 28.
한 달 두 주째, 퇴근길 한 달 두 주를 채웠다. 길도 헤매고 일도 헤매며 살았다. 퇴근길에 깜박 정신을 놓으면 을지로입구와 을지로3가와 종로3가의 단어 사이에서 여전히 헤맸다. 사무실에서 씨네큐브까지 타박타박 걷기 좋았다. 영화 보고 나온 길인데도 하늘이 환했다. 여름이다. 낯설 여름. 설렐 여름. 헤매는 많은 순간들을, 낯설기보다 설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선택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동생과 통화하며 어른의 마음으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 다독였고, 조금 전 보고 나온 위아영에서는 젊음과 나이듦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이 나왔다. 나이답게 사는 것과 나이와 다르게 사는 것. 나도 흔들리면서 어른인 체 한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김밥집 아주머니께서 국민의 비도덕성을 언급하며 자꾸 말을 걸고 나는 할말이 없는데, 엉뚱하게도 아직도 .. 2015. 12. 28.
아침 사무실 대문 덮은 나무에 제비도 살고 참새도 살고. 컴퓨터 만지다 인기척에 돌아보면 옆에서 새가 총총총 뛰고. 옆집 백구와 인사하며 출근하고 퇴근하고. 소소한 일상을 겹겹이 포개며 하루가 가고, 또 오고. 2015.5.25. 2015.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