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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7

다시 마주하고 웃게 될까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만 원에 네 장 하는 캔버스천 에코백을 사고 수를 놓았다. 가까이서 보면 엉성한 간격에 허술하지만 듬직한 코끼리 하나 곁에 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괜찮았다.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 앉아 코끼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옛 시간들을 생각했다. 조금씩 꼬물거리는 일로 진득한 시간을 갖는다. 바스라진 마음을 주워 모은다. 흐트러진 마음을 찬찬히 가다듬는다. 앨리스의 실수로 달걀 장군이 바닥에 떨어져 바스라진 장면이 있었다. 체스 장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장군의 얼굴을 짜맞추었다. 합체되고 회복된다. 돌아간다. 우습게도 엉뚱한 때에, 보름 전 보았던 영화의 작은 장면이 문득 떠올라 마음을 다독였다. 옛 친구를 두 번째 만난 날. 어제는 카페 소사이어티를 보았고 두부와.. 2016. 10. 2.
가을 산책 2016년 9월, 하늘공원과 운현궁 산책. 가을밤 만든 토토로를 손에 쥐고 가을길을 허정허정 걸었다. 2016. 9. 27.
꽃토로 2016년 3월, 첫째 꽃토로 이사 덕에 묵혀둔 자투리천들을 찾았다. 작은 친구 하나 두어보려고 장난질했다. 귀를 망쳐 뜯어냈더니 두더지가 생겼다. 꽃토로 만들고 싶었는데, 어쩐지 미안해졌다. 건치를 달고, 귀를 다시 달았더니 도깨비 같아져버렸다. 이게 아닌데. 둘째 꽃토로는 귀를 몸과 한번에 잇고 꼬리를 달았다. 꽃을 입어도 어쩐지 듬직한. 2016년 4월, 셋째부터 일곱째 토토로. 4월은 일 년만에 멩글엉폴장에 놀러갔다. 장난삼아 저 요새 밤에 잠이 안 와 인형 만드는데 들고 갈까봐요, 했고 폴러가 되었다. 독수공방이란 이름 달고 길에 앉았다. 엄마 가방에 다니까 예쁘지 하며 꼬마에게 자랑하는 어머니, 하나를 샀다가 다시 돌아와 나머지가 떨어져 있으면 외롭다며 남은 친구들을 데려간 아주머니. 처음 보.. 2016. 9. 22.
문장을 나누는 일, 두 번째 책갈피 묶음 제주 플리마켓에서 책갈피를 나누고 와서 서울에서도 소소하게 그리고 진득하게 이어가고 싶었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고마운 문장을 손에 쥐고 기운을 얻었다. 문장의 온기가 어느 사람들 마음에도 가 닿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규매니저님 도움으로 작은 매점에 한 뼘을 얻었다. 한 뼘에 마음이 푸지게 찼다. 2016. 5. 31.
균형을 찾는 일 며칠 전 전통자수를 잠깐 배웠다. 패랭이꽃을 수놓으며 자련수, 이음수, 씨앗수, 사선평수, 가름수, 풀잎수, 고운 이름들을 얻었다. 롱앤숏스티치나 프렌치노트라거나, 책에서 본 이름들의 본딧말을 찾은 것 같았다. 다른 말을 써도 같은 손놀림에,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살아가는 일은 똑같구나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랜 사람들의 손끝을 한참 헤아렸다. 사는 일이 무얼까. 듬성듬성하게 있어도 괜찮을까. 어느 균형을 찾고 싶었는데 기우뚱 갸우뚱 하며 산다. 답할 사람은 하나인데 너무 많은 물음을 쥐고 살아 그런가 보다. 균형을 찾는 일을 대신해서 걷거나, 무엇을 쓰고, 만든다. 시간이 필요하거나, 잠이 오지 않거나, 멍하거나, 때때로, 그냥. 여름을 앞에 두고 이른 봄 생강나무를 그렸다. 꽃을 더 피울까 하다가 듬.. 2016.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