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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125

2016.2.18. 아기새들이 봄을 두고 갔다 날이 덜 춥다. 예쁜 친구들이 봄을 두고 갔나 보다. 남쪽에서 봄을 몰고 온 아기새들을 만났다. 스물일곱, 스물다섯, 열아홉 둘과 종일 종알거렸다.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어도, 언제나 내 예쁜 아기새들. 이곳에서 잘 자라서, 그게 내가 청자에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민지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마음이 왈칵 허물어져서 눈이 시렸다. 그랬다. 그것만으로 넘치게 충분했다. 넘치게 고마웠다. 술친구할 나이를 먹는 꼬꼬마들이 는다. 내가 가난하고 붐벼서 제주에서 시간을 많이 못 보냈다. 마음이 넘치게 부른 만큼 아기새들의 배를 넘치게 채우고 싶었는데, 더 맛있는 걸 못 먹이고 보낸 일이 마음에 걸린다. 아기새들의 길거리 간식으로 내 배가 불렀다. 같이 있는 시간으로 마음이 불렀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때를 생.. 2016. 11. 26.
2015.9.12. 개구지게 놀았던 어느 날 개구지게 놀았던 어느 날. 목걸이 선물을 처음 받았는데 그게 클립일 줄이야. 꼬꼬마는 기억이나 할까. 못 본 사이에 더 예쁜 아가씨가 된 꼬마친구 얼굴을 내일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수학여행 온 친구를 공항에 배웅하러 나간다. 같이 떡볶이 먹던 아이에게 조금은 어른스런 선물을 챙기면서 웃음도 나고 마음이 간지러웠다. 지난 시간과 사람 생각에 조금 시큰거렸다가 피식피식 웃음나는 일들이 생각나서, 또 좋았다. 열셋, 열넷. 이때 만난 친구들이 스물이 되는 날들에 함께하는 일이 참 좋았다. 친구들이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더 어른이 되어도, 나는 언니나 누나가, 이모가 되어, 자라는 날들을 쓰다듬고 아끼면서, 다른 색으로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 크면 맥주 한 잔 하자고 웃으며 말했던 날들이 오늘.. 2016. 11. 25.
백석, 선우사(膳友辭) 백석, 선우사(膳友辭) - 함주시초 4 낡은 나조반에 힌밥도 가재미도 나도나와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먹는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무슨이야기라도 다할것같다 우리들은 서로 믿없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긴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탓이다 바람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소리를들으며 단이슬먹고 나이들은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배우며 다람쥐동무하고 자라난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없어 히여젔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하나 손아귀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없다 그리고 누구하나 부럽지도않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같은건 밖에나도 좋을것같다 - 조광 3권 10호, 19.. 2016. 9. 21.
아이러니를 배우는 교육적 본질 "문학에서 '아이러니'를 배우는 교육적 본질은 아이러니 그 자체의 용법을 익히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 삶의 부조리한 조건들을 이해하기 위함에 있다는 것" (구인환 외, 문학교육론, 47쪽) 2008. 아이들에게 정작 알려줘야 할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정말 부끄러웠다. 2016. 9. 21.
2015.4.6. 재재재재 창을 마주한 책상. 여름은 쨍한 볕에, 겨울은 외풍에 힘들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풍경들이 있었다. 해질 때 날아가는 비행기, 늦은 밤 빈 도로에 하나 둘 오가는 차들, 조용한 밤 빗길에 차 스치는 소리. 그리고 일찍 사무실에 나가면 옆집 옥상에서 재재재재 우는 새들. 밖에서는 새들이 재잘거리고, 안에서는 아이들이 재잘거렸다. 아이들 밥 챙길 때, 밖에서 사람과 일을 얻어올 때, 어떤날은 먹이 물어오는 엄마새가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날들이 참 좋았다. 재재재재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참 좋았다. 2015.4.6. 2016.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