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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125

2015.2.27. 사랑하고 매만지고 곱씹고 간밤 자리에 누워 사람을 챙기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참 했다. 겁많고 아팠던 아주 어린 날이 있었고 그럼에도 사람과 부대끼는 일을 잘해내고 싶었다. 겁냈던 날. 아팠던 날. 서툴던 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만큼 괜찮은 날도 늘었다. 잘하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꼬꼬마들과 서울 나온 날. 길안내하고 배불리 먹이고 아이들이 골라준 덕분에 이천오백 원짜리 머리핀을 구해서 기분좋았다. 언제 이렇게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를 짧은 여행길. 아이들에게 하나 더 먹이고 싶고 하나 더 보여주고 싶고. 발이 꽁꽁 얼어 달달달 떨며 걸어도, 지갑이 가난해져도, 잘 웃고 잘 먹으니 그냥 다 좋았다. 이 맛에 이 일을 사랑하고 매만지고 곱씹고 오래 앓는다. 사람을 챙기며 나를 챙겼다. .. 2016. 7. 1.
2015.2.17. 꿈 별이 뜨지 않아도, 거짓말처럼 별이 쏟아지는 밤. 그런 밤을 별처럼 수놓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 까닥까닥 흔드는 할머니 발이 따뜻한 것처럼, 좋은 사람들 곁에 두고 좋은 사람의 곁이 되어 평범한 날을 따뜻하게 채우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되고 싶은 일. 최고은의 Ordinary Song을 들으며 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2015.2.17. 2016. 7. 1.
2015.2.12.  자이언트 치와와 아름쌤은 말티즈. 아름쌤은 치와와. 자이언트치와와가 되었던 지난 어느 날 생각난다. 요 똥강아지들. 아꼽기가 참. 2015.2.12. 2016. 7. 1.
2015.2.11. 붕어빵 서류에 코 박거나 밖으로 도는 일이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연이은 출장에 며칠 못 볼 생각 하니 친구들 얼굴이 벌써 눈에 밟혔다. 들어오는 길에 허둥지둥 붕어빵을 샀다. 천 원에 두 마리 밖에 안 줘서 마음 아팠는데 착한 친구들은 스무 마리로 오손도손 나눠먹었다. 팥도 얼마 안 들었는데 질소 붕어빵이라고 웃으면서 예쁘게들 먹었다. 붕어빵값 올랐을 줄 알았으면 부지런 떨어서 용가리빵 사올 걸 그랬다. 아직까지 아쉽다. 눈에 밟히다. 이 말이 참 좋다. 어딘가 애틋해서 그 마음이 더 좋다. 돌아오는 길은 용가리빵을 사올까. 계란빵을 사올까. 2015.2.11. 2016. 7. 1.
2015.2.5. 유자차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이고, 봄날으로 가겠다고 유자차를 흥얼거렸다. 걸으며, 머리 식히는 틈틈이, 듣고 불렀다. 기다리는 봄은 오지 않고 눈비 맞은 아침. 출장길, 비행기 타고 오르니 하늘은 이미 봄날이었다. 계절의 틈에서 봄을 기다리면서, 봄날이 다시금 와도 나는 봄으로 가겠다고, 봄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봄은 무엇일까. 무얼 할까, 에서 비롯된 생각은 무얼 할 수 있을까, 무얼 해낼 수 있을까로 묵직해졌다. 산뜻하게 마주할 것들을 곱씹는 버릇으로 무게를 더했다. 봄을 기다리고, 겨울을 잡고 싶었다. 오도가도 못하는 마음이 있어 나는 환절기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핍을 채워야 할 것으로 채우지 않아 이따금 그리고 여전히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채웠고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잘했고 여전히.. 2016.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