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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125

2015.1.28. 같이 걸을까 이 노래를 들으면 늘 설산이 생각났다. 노래를 온기 삼아 자박자박 발딛으며, 오래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이 복작일수록 노래를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고 또 설산 오르는 생각을 했다. 눈사람 만들어 냉동실에 꽁꽁 숨겨두었던 철없던 날이 생각났다. 어느날 집에 오니 수돗가에 던져진 눈사람을 보고 할머니께 화내고 서럽게 울었었다. 봄까지 눈사람 지키겠다는 철없고 어린 사명감은 우습고 부끄러웠다. 눈이 참 많이 왔던 고등학생 어느 날, 친구와 큰 눈사람 만들고 귤로 눈도 달아주었다. 쉬는시간에 누가 귤만 빼서 먹어버렸다고, 눈이 사라진 눈사람 때문에 속상해 울었던 친구 생각이 났다. 지지난 겨울, 외근 다녀올 때마다 두유빌드어 스노우맨 노래 부르며 노크하지 않으면 문 열어주지 않던 꼬꼬마들도 생각났다. .. 2016. 6. 29.
2014.12.20. 마음이 약인가 보다 아이들과 목장에 갔던 날. 송아지 여섯 마리가 무럭무럭 자라 이백 마리 넘는 자손을 낳았다는 사장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지혜는 아름쌤 빨리 송아지처럼 되라고 어깨를 토닥토닥 했다. 하다 하다 이제는 송아지 닮으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감기에 복싹 걸렸었다. 숨넘어갈 듯 기침하니 아름쌤 돌아가시면 안 된다고 그런다. 독거노인 소리에 말 잃고 웃었다. 잔망스러운 이 친구들을 어쩌면 좋을까.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직은 나도 어린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도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걱정해주는 그 마음이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마음이 약인가 보다. 감기도 나아간다. 내일은 아이들 뜨개질 가르쳐주려고 연습하는 밤. 굵은 실로 짜니 한 줄 짤 때마다 무섭게 늘어간다. 실처럼 겹겹이 얽혀 늘어난 마음을 나.. 2016. 6. 29.
2014.12.13. 보라돌이 보라색 좋아한다고 꼬꼬마들한테 어제 엄청 구박받았다. 흥. 내가 질 줄 알았지. 너희도 보라돌이의 매력에 빠질 거야. 자주 니트에 보라 바지 입고 어제 왓집에서 만든 보라 토마도 달았다. 보라 볼펜도 손에 쥐었다. 보라 목도리를 안 하고 온 게 못내 아쉽다. 이게 뭐라고 오기가 생기나. 꼬꼬마들과 친구먹은 후유증인가 보다. 2014.12.13. 2016. 6. 29.
2014.12.8. 비, 생각 비가 토독토독 온다. 잠깐 오는 비려나. 우산이 없는데. 집 우산은 사무실에 죄다 갖다놓다가 이젠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안 좋은 버릇만 늘었다. 빗소리는 좋고, 비는 그치면 좋겠다. 이상한 생각도 늘었다. 비 맞는 사람을 그린 적 있었다. 쏟아지는 비에 처마 밑에 선 사람을 그렸다. 겁이 나거나 망설이는 마음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그 마음이 맞았다. 초저녁에 잠들었다가 꿈에서 깜짝 놀라 깼다. 자꾸 걱정을 안고 자니 꿈은 늘 요란했다. 도망치고 쫓기고 떨어지고 그랬다. 떨어진 만큼 키라도 컸으면 팔 척은 넘었겠다. 자기 전 그날 하루 웃음 난 일을 생각한다는 어느 이야기가 생각났다. 선생님 외롭지 말라고 만들어준, 아이들 머릿속 가상의 친구가 하루하루 변신한다. 키가 3미터라 건물에 들어올 수 없어 못.. 2016. 6. 29.
2014.12.4. 과잣값 꼬마가 굶지 말고 일하라고 과자를 사줬다. 과자만 오도독 오도독 잘 먹고 집에 왔다. 오늘은 과잣값을 못 했다. 막무가내로 음식을 입에 쑤셔넣어주는 친구. 밥 안 먹으면 말 안 듣겠다는 친구. 잔소리 하면서도 커피 잘 타주는 친구. 선생님 몫이라며 꼭 남겨주는 친구. 어쩔 땐 꼬꼬마들이 나를 먹여살리는 것 같다. 스물을 한 달 앞둔 친구가 살짝 와서 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직도 어른 되기엔 먼 것 같은데, 같이 잔 기울일 친구들은 자꾸 늘어간다. 모두들 예쁘게 잘 자랐다. 잘 자랄 거라 믿는다. 함께 자랄 수 있어서, 그래서 이 일을 참 사랑했다. 할일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왔는데. 역시나, 지금 할까 아침에 할까 내적갈등했다. 일은 접고 꼬마들 생각을 했다. 아침엔 과잣값을 꼭 해야지. 자야지. 2.. 2016.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