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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125

2014.10.17. 허물벗기 허물벗기가 취미인가 보다. 어제는 사무실에 고이 벗어둬서 오들오들 떨고, 오늘 입은 잠바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행사장에 있으면 다행이다. 며칠 전 던져둔 잠바 입고 집에 가야겠다. 옷 찾아오려면 내일은 헐벗고 가야 하나. 머리가 낭패다. 어린 나이에 박씨전 동화를 읽고, 나도 박씨처럼 허물을 벗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참 못나게 굴고 있을 때, 박씨전은 디즈니보다도 더 멋진 판타지였다. 뱀처럼 허물 벗는 상상을 창피해질 나이까지 꽤 오래 했다. 나는 다 버리고, 변신하고 싶었나 보았다. 겹겹이 쌓인 것들이 다 정체성이었을 텐데, 버리는 상상밖에 할 줄 몰랐던 때는 이따금 생각이 났고 괜히 안쓰러웠고 부끄러웠다. 뒤돌아보는 일이 잦았다. 흘리고 다닌 것들이 많아서 그럴까. 다 주워오면 더 돌아보지 않.. 2016. 3. 28.
2014.10.16. 곱씹는 밤 온몸이 춥다. 따뜻한 라면 생각이 난다.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싫지만 겨울이 가까워지는 건 좋았다. 김진규의 소설 달을 먹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꽁꽁 싸매기에도, 동여매기에도, 감추기에도 좋았다. 추운 날은 늘 그랬다. 중요하지 않다고도 하는 일에 공을 들일 때가 있다. 진을 빼는 건지도 모르겠다. 겹겹이 쌓이면 무엇이든 되지 않을까 싶은데 실은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어긋날 때도 많다. 응원하는 말을 곱씹으며 쓰다가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앞으로 이어갈 일들을 생각하다가, 생각만 많아졌다. 아이스크림 하나 고르는 데도 애먹었던 어린 날처럼, 여전히 곱씹었고, 여전히 헷갈렸다. 잘하고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잘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여린 마음들을 걱정했는데, 실은 내 마음이 습자지였.. 2016. 3. 28.
2014.10.16. 너와 나의 연결고리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주관처에서 만든 현수막 글씨가 과하게 아기자기해서 슬펐는데, 자신감을 가지라며 위로하는 소년들. 이왕 위로하는 김에 나와서 랩 좀 해보지. 분명 시작은 내가 낚았는데, 늘 끝은 내가 낚여 있는 기분이다. 맥날 신나게 먹이며 모셨다. 내일과 모레는 탑동 평생학습축제에서 놀아요...보다는 바람과 싸워 이겨야겠다. 같이 호로록 호로록 코코아 마시면서. 2014.10.16. 2016. 3. 28.
죽은 시인의 사회 2009.9. 독서치료 과제로 한 인물의 인생경험이 발달단계의 갈등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서술하라는 문제를 보고 토드 앤더슨이 생각났다. 우연히 ocn에서 영화로 접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동영상도, 서점에서 산 책도 모두 열댓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을 가지고 중학교 때 졸업생 편지글을 읽었고, 고등학교 때 독후감 발표대회에서 말하고, 대학교 일학년 때도 교양과목 레포트에 롤모델로 키팅 선생님을 적었다. 무엇을 손에 쥐어야 할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잡기 위해 갈급해할 때, 역시 뚜렷한 실체는 없으면서도 내게 절대적이었던 한 이야기였다. 절대적인 무언가[그것이 정말 존재할지 아직도 나는 혼란스럽다]에 매달릴 때는 닐, 토드, 키팅 이렇게 세 사람만 크게 보였는데, 조금 전 오.. 2016. 1. 9.
2014.10.9. 한글날 10월 9일 무슨 날이게. 한글날은 한글뱃지. 지주몬과 명재, 미진쌤은 오늘의 작가님. 달밤에 철컹철컹 찍어내고, 거리에서 나눌 준비도 끄-읕. 2014.10.9. 2016.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