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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4.12.4. 과잣값

by 리을의 방 2016. 6. 29.
꼬마가 굶지 말고 일하라고 과자를 사줬다. 과자만 오도독 오도독 잘 먹고 집에 왔다. 오늘은 과잣값을 못 했다.

막무가내로 음식을 입에 쑤셔넣어주는 친구. 밥 안 먹으면 말 안 듣겠다는 친구. 잔소리 하면서도 커피 잘 타주는 친구. 선생님 몫이라며 꼭 남겨주는 친구. 어쩔 땐 꼬꼬마들이 나를 먹여살리는 것 같다.

스물을 한 달 앞둔 친구가 살짝 와서 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직도 어른 되기엔 먼 것 같은데, 같이 잔 기울일 친구들은 자꾸 늘어간다. 모두들 예쁘게 잘 자랐다. 잘 자랄 거라 믿는다. 함께 자랄 수 있어서, 그래서 이 일을 참 사랑했다.

할일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왔는데. 역시나, 지금 할까 아침에 할까 내적갈등했다. 일은 접고 꼬마들 생각을 했다. 아침엔 과잣값을 꼭 해야지. 자야지.

201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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