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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79

한강 제천살이 마치고 돌아왔다. 그동안 못 봤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너를 기억해를 틀어두고 자다 깨는 사이 사이, 꿈에 한 달 간 살았던 야외음악당과 들어가보지도 않은 옆집 체육관이 나오고, 사람들과, 보지도 못한 방송 이야기들이 엉켰다. 정신없이 잤다. 꿈 탓에 지난 계절이 더 낯설었다. 배가 고파서 기어나왔다가 한강까지 왔다. 내일은 처서. 나는 한계절을 살고 왔는데 이곳 사람들의 계절은 여름밤이다. 불빛도, 사람들 소리도, 달리는 자전거도, 여름냄새가, 여름소리가 가득하다. 그냥, 잠만 자다 이렇게 가는 내 여름밤이 아쉬워서. 뒤늦게 재주소년 신보를 들으며, 발도 까닥까닥. 마음도 까닥까닥. 세상 만사가 다 실프고 조릅고, 집에는 어찌 가나 싶은데 이 시간이 괜찮다. 한강과도 곧 친해지겠다. 2015.8.. 2015. 12. 28.
야외음악당 위로 뜬 달은 가로등보다 붉었는데 기숙사에 뜬 달은 노랗다. 달도 낯빛을 바꿀까. 우유 사러 가는 길 핑계 삼아 타박타박 걸으며 달구경했다. 오늘은 아이디카드를 받았다. 먹고 자는 일상은 비슷해서 익숙한 시간을 살다가 이름이 적힌 작은 카드에 내 시간이 새삼 실감이 났다. 가끔은 까르르 웃고 달밤에 나와 바람도 잠시 맞고, 새로 맞은 일들에 여전히 헤매지만 설레기도 하고. 내 시간은 이만하면 좋았다. 그렇지만 좋은 딸이 되지 못해서, 사람을 공간을 잘 지키지 못해서, 못한 일들 생각이 많이 났다. 순간을 온전히 바라지 못하고 마음이 차올랐다 기울었다 달 같았다. 달 달 무슨 달 노래 부르며 한 사람과 손잡고 걷던 어린 날도 생각나서, 그냥 달만 눈에 계속 밟혔다. 2015.8.5. 제천 2015. 12. 28.
생각 재우는 풀벌레소리가 좋아 벤치에 한참 앉았다. 포르르르, 찌르르르 하는 소리가 정다웠다. 내방 침대 근처 어디에는 귀뚜라미도 사는 것 같은데 그 소리도 괜히 좋았다. 며칠내 마음밖에 쓰지 못하는 일들에 마음이 붐볐다. 여름밤 소리가 다정해서 한참을 들으면 생각이 조금은 잦아들었다. 생각을 재우는 일이 미안해서 다시 한참을 생각하고, 한참을 소리듣고 그랬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오늘은 그냥, 가만히 이렇게 있어도 좋겠다. 2015.8.2. 제천 2015. 12. 28.
미안함 풀벌레 소리 듣는 밤. 기숙사에서 맞는 밤이 낯설지 않아 뒤척뒤척, 지난날에 마음이 닿았다. 스물의 어느 날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오늘의 내가 그리 멀어지지 않았다. 밤의 풍경은 익숙했고 마음의 결도 여전했다. 여전히 힘이 없고 마음이 넉넉하지 못해 당신에게 미안한 밤. 오늘은 어린날과 조금은 더 멀었으면 좋았을 텐데. 2015.7.29. 제천 2015. 12. 28.
아기 바다 예쁜 사람이 생각나 바다 건너 소포를 부쳤다. 통의동우체국에서 아기 바다를 만났다. 여긴 비가 많이 오고, 다시 그치고, 촉촉한 밤공기가 괜찮았다. 이런 밤이면 치자나무 꽃길도 그렇게도 좋았는데. 흐뭇한 풍경과 냄새와 소리들을 생각했다. 2015.7.23. 2015.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