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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79

풍덩 빠지지 못했다. 스폰지하우스가 문을 닫았다. 정 붙인 곳들이 손에 꼽혀서일지 오래 허했다. 아끼는 것들은 왜 자꾸 사라질까. 퇴근길에 들를까 하다 몇 번 발을 돌렸던 일을 후회했다. 더 아끼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아 발을 돌리는 길이 적적했다. 정을 너무 붙이지 말라고도 하고, 그럼에도 충분히 사랑하라고도 하고. 사라지는 것을 두고, 마음을 보호한다는 여러 방법들. 그럼에도 편으로 마음이 기운다. 서둘러 마음을 떼는 일은 서글프다. 쓸쓸하다. 아프다. 그럼에도 기울지 못하고 산다. 사람을 공간을 마음을 잃지 않고 싶은데 겁이 많아 풍덩 빠지지 못했다. 얕은 물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마음이었다. 잃어버린 영화관을 생각하다가 어쩐지 마음을 들킨 것도 같아 부끄러웠다. 얄팍한 마음을 못 견디는 날이 있었다. 바다 대신 청계천.. 2016. 5. 20.
필사모임 한 시간 반 정도 책을 읽으면 입이 심심해진다. 형연 씨가 오렌지를 갖고 오고, 동영 씨가 사탕을 나눴다. 향긋하고 달콤하게, 향으로 맛으로 읽는 시간이 됐다. 2016.4.7. 목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 필사모임 @합정 허그인 2016. 5. 20.
동사의 맛 동사의 맛(김정선, 유유출판사)을 읽고 있다. 가려내다, 갈라내다. 두 낱말을 엮어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풀었다. 풍경에 눈이 시렸다. 낱말들이 엮이어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는 결국, 삶. 살아가는 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당신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한다. 2016.3.31. 2016. 5. 20.
광합성 게스트하우스 손님과 우연히 또 만나 친구가 됐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어떤 모습일 때 스스로 예쁘다 생각해요, 질문을 받았고, 그러게요, 언제일까요, 서로 웃다가 둘 다 답을 못했다. 그러게, 언제일까. 혼자 남아 곱씹었다. 볕을 쬐다가, 초록색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소낭밭에 앉아 광합성 한다며 재잘거렸던 어린 날을 생각했다. 푸르딩딩하고 짜리몽땅한 게 꼭 너희라고 동백나무를 말하던 지리 선생님도 생각이 났다. 파릇한 양말을 벗 삼아 풍경에 스몄다. 예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예쁜 날이 있었고,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져서 이 시간이 예뻤다. 2016.5.7. 2016. 5. 12.
감정 김소월의 '님에게'를 한참 들었다. 김정화와 하림의 목소리. 음절을 꾹꾹 딛는 목소리. 잃어버린 설움이외다 하고 혼자 부르곤 했는데,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었다. 잃음과 잊음을 생각했다. 잃음을 잊음으로 딛는 것이, 덜 아플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시인하는 일이 어려웠다. 마주하지 못하고 비스듬히 비껴난 때가 많았다. 잃는 일도 잊는 일도 두려웠다. 괜찮았고 괜찮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잘 지내지 않았다. 허정허정 걸으며 내 시간을 살았다.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혼자 걸었을 뿐이라고, 나는 자꾸 자책했다. 아버지의 요금고지서를 내손으로 옮겨 놓고도 한 달이 되지 않아 나의 감당을 걱정했다. 꼭 보고 싶었던 친구의 결혼을 챙기지 못했다. 돌아가기 전날까지 고민하는 마음을 견디기 어려웠다. 오그라든 마음도 몸도.. 2016.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