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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19

2014.11.1. 귀요미 흔적 선생님이 설거지 한바탕 하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주문 받은 책갈피도 만들고, 이력서도 쓰고, 기획서도 쓰고, 숙제도 하고, 물론 잘 놀기도 하고. 스스로 잘하는 친구들. 기다리고 믿으면 친구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참 많다. 무심한 척 툭 던지고 마음을 담아 지켜보는 일. 잘 기다리는 어른이 되어야지. 어느 귀요미인지 예쁜 흔적 남기고 집에 갔다. 이렇게 웃으라는 말일까, 이거 보고 웃으라는 말일까. 색 바꿔가며 끄적거렸을 그 마음이 참 좋다. 2014.11.1. 2016. 6. 28.
2014.10.30. 목소리 목소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낯설게 마주하다가도 말을 하면 언제 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목소리에 이름이 따라다니나 보다. 오늘도 전화 걸며 몇 마디를 아꼈다. 무엇으로든 기억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언젠가 목이 심각하게 쉰 적이 있었다. 국어를 가르치는데 말만 해도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재밌지도 않은 내가 말만 해도 아이들이 웃으니 그저 좋았다. 신나서 말 많이 하고 그덕에 한 달을 쇳소리로 지냈다. 즐거운 질감을 가진 목소리가 좋다. 믿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도 좋다. 힘이 있는 목소리도 좋다. 자꾸 만지작거리고 싶은 질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닮고 싶다. 감정을 잘 담아내는 목소리이고 싶다가, 아무래도 두어 뼘 정도는 달뜬 목소리이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목이 조.. 2016. 6. 28.
2014.10.28. 청자는 열 살 캠프 때는 수줍어서 말 못했다. 열 살의 주인공은 든든하고 아꼬운 우리 졸업생들, 꼬꼬마들이고, 함께할 수 있어서 내 20대가 참 행복했고 따뜻했다고. 어느날엔가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몇 년 전 어느 날 생각이 났다. 고쓰리 친구가 건물 앞에 불량한 사람들 있다고 퇴근할 때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불량한 사람 기준은 무얼까 궁금하고, 어리지만 듬직한 마음이 예뻐서 웃음이 났었다. 함께 놀러간 이날 머리 빗으며 빠진 머리 움켜쥐고 있으니 선생님 머리 빠지면 안 된다고, 머리 빗지 말라고, 중딩 친구가 나름의 잔소리로 걱정해주었다. 화장하라고, 커피 먹지 말라고, 시집 가라고, 야근만 하다가 독거노인 되겠다고, 꼬마들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잔소리의 질이 몇 년 새 다르다. 꼬마들이 자란다. 그 .. 2016. 6. 28.
2014.10.25. 기타 등등 1.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기타 수업에 사감 노릇 하러 들어갔다가 산토끼를 배웠다. 역시 무게 잡는 선생님은 안 어울린다. 되려 같이 놀았다. C랑 G는 더는 안 까먹겠다. 같이 띵가띵가, 깡총깡총 놀아야지. 그렇게 옆에 있는 게 나답다. 2. 어딘가 아파서 제주에 오고, 또 저마다의 방법으로 낫고, 나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저마다 잘 살고 있다고 응원하고픈 삶에 괜히 나도 힘을 얻고, 생각도 많아진다. 아프지 않으려 이곳을 찾는데, 이곳에서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런 생각도 잠시 했다. 너무 오래 생각지 않기로 했다. 3.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이제 코드 두 개 간신히 외웠는데 마음만은 기타 치며 노래하는 상상까지 나갔다. 비밀의 화원도 배우고 싶다. 꿈은 꾸라.. 2016.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