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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4.10.30. 목소리

by 리을의 방 2016. 6. 28.
목소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낯설게 마주하다가도 말을 하면 언제 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목소리에 이름이 따라다니나 보다. 오늘도 전화 걸며 몇 마디를 아꼈다. 무엇으로든 기억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언젠가 목이 심각하게 쉰 적이 있었다. 국어를 가르치는데 말만 해도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재밌지도 않은 내가 말만 해도 아이들이 웃으니 그저 좋았다. 신나서 말 많이 하고 그덕에 한 달을 쇳소리로 지냈다.

즐거운 질감을 가진 목소리가 좋다. 믿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도 좋다. 힘이 있는 목소리도 좋다. 자꾸 만지작거리고 싶은 질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닮고 싶다. 감정을 잘 담아내는 목소리이고 싶다가, 아무래도 두어 뼘 정도는 달뜬 목소리이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목이 조금 아팠다. 구슬 하나 끼고 있는 느낌이어서 편의점 대추쌍화 원샷하고 누웠다. 밤은 말을 안 해서 그러나. 또 생각만 늘었다.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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