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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5월. 교육실습 2008.5.6.화. 네 시 반 기상, 어색한 정장, 여섯 시 반 출발, 일곱 시 반 도착, 화장품 알러지, 반항하는 아토피, 전체 조회, 교직원 조회, 긴장해서 빨개진 얼굴, 긴장, 두려움, 초조함, 설렘 약간, 부담감 가득. 견학실습 기간 동안에는 나도 저만큼 수업해 보고 싶다고 마음이 몽실몽실 들뜨다가, 교육실습이 시작되자 주눅이 팍 들어 버렸다. 나보다 더 키가 큰 아이들을 보며, 나는 이 아이들보다 마음의 키는 더 클까 싶었다. 공부방 아이들에게 보였던 마음처럼, 이곳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그렇게 다른 현실에서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지금 내 역할이다. 수업 잘하는 선생님, 칭찬 많이 하는 선생님, 친해지고 싶은 선생님, 기억하고 싶은.. 2015. 12. 22.
2008.5.5. 견학실습 견학실습 첫째 날 자신감은 자꾸 바닥을 치고, 머리도 옷도 내가 있는 이 자리도 너무 어색하고, 많은 사람들 틈속에서 너무 피곤하고, 집일은 자꾸 마음에 걸리고, 긴장해서 속은 쓰리고, 모든 게 다 신경쓰인다. 불안불안한 하루. 견학실습 둘째 날 청자 아이들에게 하던 대로 등을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움찔. 이곳 학생들에게 나는 지나가는 바람일 뿐일텐데. 지도 선생님의 수업은 참 좋았다. 수업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을 대할 때 하는 말들과 수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것 같아서 자신감이 약간 생겼다. 과제는 자꾸 밀리고, 몸은 피곤하고, 아버지와 통화하고 마음은 묵직하고, 진로 고민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 기대감과 호기심에 부풀어 가슴이 두근거려도 모자랄 판인데 나는 참, 지금 .. 2015. 12. 22.
2008.4.29. 아이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듣는데, 아이들이 꿈이 뭐냐고 묻는데, 불안정한 마음을 품고 얼굴은 위장하고 휘청거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꼿꼿하게 다리에 힘주고 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선생님 소리를 듣는다는 자체가 정말 많이 미안했다. 요즘 마음은 그렇다.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께도, 친구들에게도, 동생에게도, 고모에게도, 미안하기만 하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묵직하게 가라앉아버리는 일. 믿음을 조각조각 갉아먹는 일. 그런 게, 다 미안했다. 죄송했다. 2015. 12. 22.
2008.4.2. 과제들은 꽤 쌓였는데 영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마음만 싱숭생숭하다. 봄, 봄이라서 그런가. 개소식 사진에 나온 아이들 여럿의 얼굴을 계속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시집가고 장가가고 예쁘게 멋지게 잘 사는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청자에서 오래 지내고 담당하는 학년이 늘게 되면서 적어도 요녀석들 대학 가는 건 봐야 하는데, 싶은 아이들이 점점 늘어간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아이들과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시간도 헤아리게 되고. 선생님은 너희들 덕분에 웃을 일도 많아졌고 말도 많이 늘었고 표정도 밝아졌고 공부도 더 많이 하게 되고 생각도 많아지고 보다 너그러워지고, 그렇게 얻는 게 참 많아서 언제나 참 고마워. 그리고 한편으로는 너희들에게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없어서, 이를테면.. 2015. 12. 22.
2008.3.7. 가게에서 용빈이가 준 녹차 티백을 우려 마셨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부방에 비치된 걸 용빈이 녀석이 만지작 만지작 장난치다가 준 것이지만, 알게모르게 하나씩 챙겨주는 게 눈에 보여 참 고맙다. 이렇게 아이들이 소소한 것 하나를 쌤이라고 배려해 주고, 환한 얼굴로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 주고, 아이들의 눈에서 이건 정말 진심이구나 확신이 드는 마음을 읽을 때 가슴이 벅차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의 마음 앞에서 난 여전히 설렐 것 같다. 깜박 잠이 들어서 택시를 타서 일하러 오고, 쌍으로 코피가 나고, 손톱 틈새에서 자꾸 피가 나고, 속이 쓰려서 위생천을 마셨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세 시간만 자도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주는 수면 시간이 평균 두 시간도 안 된다. 과부하 신호가 하나 둘 나타난다. 매우.. 2015.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