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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13. 일, 월, 화, 수, 이렇게까지 목이 쉬어서 안 풀리긴 처음이다. 목소리가 안 나오고 잇몸부터 발바닥까지 온몸이 욱신거리다가 드디어 감기가 코로 올라왔다. 이렇게 온몸을 한 바퀴 돌고나면 쑥 빠져나가겠지, 그 때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월, 화 내내 몇 시간씩 수업하고 편의점에선 손님 맞을 때마다 인사하고 계산하면서 말을 잘 때 빼고 계속 하다 보니 목감기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이 목소리 덕분에 재미없는 내가 아이들을 웃겼다. 그래서 목이 아파도 나는 기분이 좋다. 다시 이사를 한다. 십 년 이상을 한곳에 붙박이로 살다가 집에서 나와 살기 시작한 뒤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옮겨 다닌 걸 생각하면 혹시나 나한테도 역마살이라든가 뭐 그런 거 비스무리한 게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 2015. 12. 22.
2008.1.11. 어제는 오랜만에 공부방 선생님들과 작은 술자리를 가졌다. 작은 자리여서 마음이 편안했다. 억지 유희도 없고, 그저, 아이들 얘기, 삶 얘기, 경림 선생님께서 전망하시는 내 미래, 다른 선생님들의 삶, 그 가운데 반짝반짝 빛나는 웃음들. 선생님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 모습이 선생님들의 말에, 눈에 비춰진다. 나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끊임없이 타인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5년, 10년 후의 내 모습, 그보다도, 한 해가 지나서 내년 이맘 때 쯤이면 내가 어떤 위치에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참 궁금하다. 지금은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어둑어둑한 이른 새벽만 같다. 객관적으로 보면 잘한 선택은 아니다. 아직도 마음이 순간순간 크게 흔들리고 자꾸 옹졸해지니까. 나는 이런 선택을 하겠다.. 2015. 12. 22.
허정허정 헤매는 날을 보내는 방법 대구역 근처였던 것 같다. 역을 조금 지나니 오래된 집들이 나왔다. 하숙집들이었는데 인부아저씨들이 사는 것 같았다. 맥아리 없이 허정허정 걸어도 낯선 곳이니 괜찮았다. 물집이 터지도록 헤맸는데 그날은 퉁퉁 부은 발마저 좋았다. 사진은 꽤 괜찮은 도구다. 오래 묵어도 그날의 질감이 살아난다. 자주 듣던 노래도, 끄적여둔 메모도 괜찮다. 끄적이는 일이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이어졌다. 어떤 날은 못 견뎌서 찢거나 지우거나 버려두기도 했었다. 지금은 좋으면 좋은 대로, 버거우면 버거운 대로 안고 갈 수 있겠다. 진작 그랬으면 좋았겠다. 대학생 때 소설을 배우면서 일상을 과거형으로 쓰는 버릇을 들였다. 오랜 일처럼 쓰고 나면 어떤 일이든 안녕, 하고 잘 보낸 것 같았다. 그 버릇이 사진에도 번졌다. 오래된 느낌이.. 201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