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37

기억 요사이 읽었던 문장들을 꾹꾹 눌러 적었다. 노란 배를 예순 개 남짓 그렸다. 노란 별을 새겼다. 내일은 길에서 세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지나는 사람들 손에 쥐어주고 싶었다. 어느 갈피에 머물러 마음을 살피는 작은 종이를 만들고 싶었다. 실은 내가 자신이 없어서, 꾹꾹 눌러 적는 일로 마음을 단단히 하고 싶었다. 2016.4.16. 2016. 4. 16.
작은 위안 검색창을 열었더니 춘곤증 물리치는 체조가 상위 검색어에 나왔다. 봄은 봄이구나. 무언가 검색을 하려다가 머리가 하얘져서 아아아 두들겼더니 아아아아아아- 길게 이어진 자동완성 검색어가 첫 번째로 떴다. 나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구나 하고 작은 일에 왠지 위안을 받는 내 마음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얻는 위로와 위안과 공감이 실은 별일이 아닌데, 차곡차곡 포개져 내 안의 별일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2016.4.3. 2016. 4. 14.
다정하게 말 걸기 산수유도 피고 목련도 피었다. 올봄 꽃구경은 더 늦을 줄 알았는데, 꽃나무를 옆에 둔 덕에 아침마다 새순이 얼마나 보송보송해졌나 살피는 일이 좋았다. 사무실 일층에서는 까치나 참새나 비둘기만 오는 줄 알았는데 꽃이 가까운 이층에 오니 처음 보는 새들도 종알거렸다. 해가 좋은 날 몇 시간이고 재잘대던 새들이 요녀석들인가 싶어 괜히 더 반가웠다. 강 옆에 살고 싶었는데 산 아래로 집을 옮겼다. 지난밤은 상자들 사이에 골판지처럼 구겨져서 잤다. 이사를 하고 내 자리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쓸쓸해졌다. 마음이 바닥에 찰싹 붙었다.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핑계로 종일 안에 살았다. 가진 것 없이 산다 생각했는데 이사를 할 때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내 그릇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산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2016. 3. 27.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미 요며칠 최백호 아저씨의 목소리가 좋다. 아름다운 시절을 듣다가, 참 좋은 시절 드라마 결말을 못 본 일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어린날부터 그랬다. 세일러문도 천사소녀 네티도 마지막회를 못 봤다. 놓친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다. 친구에게 줄거리를 듣는 일로 대신했다. 자라면서도 드라마가 마지막회에 가까워지면 어느 때에 맥을 놓았다. 다 지나고 나서야 검색으로 결말을 찾고 기사를 읽었다. 다 알고 나서야 못 본 회차들을 되짚어 다시보기를 했다. 결말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주하지 못했다. 겁일지, 공상일지, 못남일지. 지금도 간간이 그러는 나는, 왜 그랬을까. 주말을 다르게 살아보려고 드라마를 안 본 지 두 달이 넘었다. 그러면서도 궁금은 하고 매달리기는 싫어서 가끔 기사로 드라마를 읽는다. 이것도 병.. 2016. 3. 13.
책방이음 1. 낙산길이 좋았다. 지난 가을 낙산길을 걷겠다고 대학로를 휘적거리다가 책방이음&나와우리를 찾았다. 대학로 어딘가 있는 책방으로 이름만 알다가, 골목을 돌다가 해님이 웃는 간판을 만났다. 오르막길 대신 어디 앉아 책을 읽을까 싶어 책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길 잘했다 싶었다. 전공 끄트머리를 쥐고 살아서 서점에 가면 교육 서가를 살피곤 했다. 책방이음에는 아이들을 부모를 교사를 채근하는 책이 없어 마음이 괜스레 든든했다. 허투루 꽂혀 있는 책들이 없어 책장 하나 하나가 단단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쥐고 이걸 살까 먼저 쥔 책을 살까 고민하는데 조근조근한 말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라며, 어떻게 지내느냐며, 책방 아저씨와 어느 손님의 말소리가 듣기 좋았다. 손님이 바뀌고 아저씨의 말소리가 오래 이어졌다. 다.. 2016.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