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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책방이음

by 리을의 방 2016. 3. 9.

1.
낙산길이 좋았다. 지난 가을 낙산길을 걷겠다고 대학로를 휘적거리다가 책방이음&나와우리를 찾았다. 대학로 어딘가 있는 책방으로 이름만 알다가, 골목을 돌다가 해님이 웃는 간판을 만났다. 오르막길 대신 어디 앉아 책을 읽을까 싶어 책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길 잘했다 싶었다.

전공 끄트머리를 쥐고 살아서 서점에 가면 교육 서가를 살피곤 했다. 책방이음에는 아이들을 부모를 교사를 채근하는 책이 없어 마음이 괜스레 든든했다. 허투루 꽂혀 있는 책들이 없어 책장 하나 하나가 단단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쥐고 이걸 살까 먼저 쥔 책을 살까 고민하는데 조근조근한 말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라며, 어떻게 지내느냐며, 책방 아저씨와 어느 손님의 말소리가 듣기 좋았다. 손님이 바뀌고 아저씨의 말소리가 오래 이어졌다. 다정한 말소리를 오래 들으려고 책을 고르고도 서가 구석구석을 한참 기웃거렸다. 아이들 내면의 야성을 살리는 일을 이야기하는 책을 샀다. 책방이음의 첫인상이 좋았다. 어딘가 든든하고 또 따뜻했다.


2.
서울책방학교에서 책방이음의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 싶었다. NGO와 책방을 이었다. 지역을 잇고, 책방을 잇고, 출판사와 저자와 독자를 잇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잇는다. 이음이란 이름처럼 책방이 살아간다. 공공의 삶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함께 살아간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혼자 강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이음지기의 마음이 같아 시를 읽어주었을 거라 생각이 들어, 혼자 오래 곱씹었다.

서울에 한 해를 살며 단골 카페 하나 없었구나 생각만 했는데, 단골 책방 하나 두지 못한 일이 마음에 남았다. 올해는 단골 책방 하나 가까이 두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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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슬픔 -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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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책방학교  @서울도서관
책방이음 + 나와우리
"책방이 책방을 돕는다 : 책방을 통해 꿈꾸는 책 문화 공동체"

20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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