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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 서촌,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이제 진짜 가을 하늘이구나 싶어 점심 대신 몽글몽글한 구름 아래 한참 앉았던 때. 종로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사직동 그 가게나 공존에서 차 마시고 들어가면 점심 시간이 딱 끝난다. 이따금 넋놓고 앉을 수 있어 아끼는 작은 골목들이 오래 오래 자리를 지키기를. 오래 오래 내 자리다, 우리 자리다 싶은 곳이 남아 있기를. 쨍한 해를 마주하고 찍으니 같은 하늘이어도 바다색. 마음이 폭 놓이는, 사직동 그 가게. 화창한 날씨인데 실내에서 찍으니 비올 것 같은 늦은 오후 색감이다.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괜찮다. 생각지 않은 색을 얻는 재미가 좋다. 사무실, 요즘 가장 반가운 길고양이 손님. 친구가 되고 싶어 조심스레 살피고 밥을 챙긴다. 사진을 엽서를 자석을 말린 꽃을, 좋아하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둔다. 일하다.. 2016. 10. 1.
2016.8. 제천,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제천에서 일하는 동안 카메라를 갖고 갔지만 사무실 앞 호돌이 사진 하나 남았다. 마음이 뭐 그리 바빴을까. 더웠고 밤을 밝혔고 붐볐던 8월이었다. 몇 안 되는 사진에 지난 여름이 아스라하다. 여덟 시,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세명대 기숙사 마당. 잔디를 가로질러 뛰어가던 고라니를 잊을 수가 없다. 높은 산 숲 같은 곳곳이, 노루가 앉아놀던 제주대 잔디밭도 닮아 학교에 앉아 있으면 어린 날 생각이 많이 났다. 늘 씩씩하게 서 있는 팔팔년생 호돌이 나는 토마토가 먹고 싶었나 보았다. 2016년 8월, 제천,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2016. 10. 1.
마음 1. 일하다 졸음이 와 커피를 사러 가다가 동물병원에 들렀다. 아는 것이 없어 조심스레 물어보고 내 커피값만큼 간식을 조금 사 왔다. 아기 고양이 혼자 한 그릇을 거의 먹었다. 엄마도 오래 앉아 아기가 남긴 간식을 먹고 사료도 먹고 하품 하다 쭈욱 기지개 펴고 쉬다 갔다. 조금 살이 오른 것도 같고, 잘 먹고 눈을 마주해주는 시간도 늘어 그저 그 모습이 좋다. 아직은 섣부르지만 작은 생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이 참 오랜만이라 바라만 보아도 좋다. 오늘은 몸이 조금 으슬으슬했는데 창을 닫으면 고양이들이 잘 보이지 않을까봐 미뤘다. 엄마와 막둥이는 왔는데 아기 둘이 종일 보이질 않아 걱정이 된다. 내일은 꼭, 꼭, 오렴. 2. 십자수와 종이접기 책은 나누어주세요, 하고 아이가 남긴 문장에 마음이 오래 먹.. 2016. 9. 29.
가을 산책 2016년 9월, 하늘공원과 운현궁 산책. 가을밤 만든 토토로를 손에 쥐고 가을길을 허정허정 걸었다. 2016. 9. 27.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발길이 적은 뒤쪽 한곳에 오래 앉아 흐드러지게 열린 감을 보고 단청을 하지 않은 서까래를 보고 혼자 놓인 작은 아기 꽃신을 보고 노래를 들었다. 일곱 시가 되고 문을 닫을 때까지 조용히, 가만히, 납작히, 오래 앉았다.마음이 바닥에 앉았다. 아버지를 만나려고, 자전거를 타려고, 사람을 만나려고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문득 마음이 다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회복되지 않은 마음으로 찾고 싶지 않았다. 우울의 때를, 인정하자. 부정하면서 힘들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인정하자. 침잠하는 시간을 수용하자. 그리고 회복하자. 바닥에 더 앉지 않으려 걷는다. 걷고 걷고 헤매는 시간이,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길어지고 있었다. 생각을 돌리려 낯선 길을 찾았다. 오래 걸어도 돌아온 .. 2016.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