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의 시가 기억나 찾아 옮겨 적었다. 시를 읽은 밤, 일을 조금 일찍 마쳤고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고 밥을 먹고 웃고 노래하고 밤길을 오래 함께 걸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방청소를 하고 창을 활짝 열고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를 한참 들었다. 탓, 낱말에 온기가 돌았다. 밤의 소리와 풀냄새와 이런 저런 풍경과 사람과 마음 같은 것들을 어느 탓으로 여겨보았다. 문득, 이따금, 나는 나의 몫으로 살고 있을까, 내 자리가 어딜까,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나는 무얼까, 생각이 툭툭 떨어졌다. 생각을 줍고 싶은데 잘근잘근 밟기만 하는 것 같았다. 허공을 둥 헤맬 때, 어느 옛 흔적에 발이 묶일 때, 그의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때, 내가 힘이 나지 않을 때,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릴 때, 해가 질 때, 낯선 풍경에 있을 ..
2016.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