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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바람 외근 다니다가 잠깐이지만 비를 맞았다. 가방이나 근무시간이 아니었으면 와르르 쏟는 비, 다 맞고 싶기도 했다. 마음 편히 비 맞는 날도 그러고 보니 오래 되었다. 빗소리가 좋다. 오늘은 잠이 잘 오겠다. 귤 따러 가요. 배낭여행 가요. 자전거로 배낭여행 해요. 빵 만들러 가요. 요며칠 들은 말들. 이런 저런 일들에 같이 하자며 끼워주니 고맙다. 친구들이 하는 말들 잊지 않으려고, 수첩에 포스트잇에 빼곡히 적어 모은다. 한 일보다 모은 일이 더 많아 미안했다. 귀기울이면, 하고 싶은 일도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도 참 많은 친구들. 친구들의 날들에, 예쁜 일들 예쁜 인연들 만들어주고 싶었다. 돌아보면 든든한 날이 될 수 있게 힘 더해주고 싶었다. 한 일. 하고 싶었던 일. 하고 싶은 일. 고마운 일. 미안한.. 2016. 6. 28.
2014.11.11. 추운 밤 가을과 겨울 사이 앓는 일들이 있었고 노래들이 마음을 오래 다독이던 날이 있었다. 하루가 내내 밤이었으면 좋을, 그런 밤이 있었다. 그런 날, 어반자카파를 참 많이 들었다. 어반자카파 신보가 나온 김에, 지난 노래들 반복재생하고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들었다. 마침 밤을 샐 일이 있었고 이런 저런 생각이 자라도 노래 들으며 담담히 할일 하기 좋았다. River를 계속 듣는다. 더 울게 될 거예요. 이 부분이 좋았다. 힘나는 말은 아닌데 왠지 따뜻한 말이다. 이상하다. 그 말이 괜찮다 괜찮다 그렇게 마음에 닿았다. 사무실 자리에 외풍이 든다. 오들오들 떨다가 전기장판이 너무 생각나 집에 왔다.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데 슬리퍼에서 슬리퍼로 몇 번을 갈아신는 바보 짓을 했다. 눈 못 뜨고 걷다가 몇 번 또 돌.. 2016. 6. 28.
2014.11.9. 수상한 일상 친구들 고기 구워주는데 선생님 드셔야 한다고 말도 예쁘게 한다. 그러면서 내미는 건 파무침 세 접시. 야근하지 말라면서 야근 스티커 붙여주고, 커피 먹지 말라면서 커피 열쇠고리 만들어 강매시킨다. 고마운데 이상하다. 팬인가 싶었더니 정체가 수상하다. 사소하고 소소한 일들 떠올리며 앉은 마음을 일으키는 날. 사람과 사람 사이 주고받은 마음이 가장 좋은 약이다. 어느날 돌아보며 곱씹을 작은 일상들. 잘 기억해야지. 2014.11.9. 2016. 6. 28.
2014.11.1. 귀요미 흔적 선생님이 설거지 한바탕 하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주문 받은 책갈피도 만들고, 이력서도 쓰고, 기획서도 쓰고, 숙제도 하고, 물론 잘 놀기도 하고. 스스로 잘하는 친구들. 기다리고 믿으면 친구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참 많다. 무심한 척 툭 던지고 마음을 담아 지켜보는 일. 잘 기다리는 어른이 되어야지. 어느 귀요미인지 예쁜 흔적 남기고 집에 갔다. 이렇게 웃으라는 말일까, 이거 보고 웃으라는 말일까. 색 바꿔가며 끄적거렸을 그 마음이 참 좋다. 2014.11.1. 2016. 6. 28.
2014.10.30. 목소리 목소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낯설게 마주하다가도 말을 하면 언제 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목소리에 이름이 따라다니나 보다. 오늘도 전화 걸며 몇 마디를 아꼈다. 무엇으로든 기억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언젠가 목이 심각하게 쉰 적이 있었다. 국어를 가르치는데 말만 해도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재밌지도 않은 내가 말만 해도 아이들이 웃으니 그저 좋았다. 신나서 말 많이 하고 그덕에 한 달을 쇳소리로 지냈다. 즐거운 질감을 가진 목소리가 좋다. 믿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도 좋다. 힘이 있는 목소리도 좋다. 자꾸 만지작거리고 싶은 질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닮고 싶다. 감정을 잘 담아내는 목소리이고 싶다가, 아무래도 두어 뼘 정도는 달뜬 목소리이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목이 조.. 2016. 6. 28.
2014.10.28. 청자는 열 살 캠프 때는 수줍어서 말 못했다. 열 살의 주인공은 든든하고 아꼬운 우리 졸업생들, 꼬꼬마들이고, 함께할 수 있어서 내 20대가 참 행복했고 따뜻했다고. 어느날엔가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몇 년 전 어느 날 생각이 났다. 고쓰리 친구가 건물 앞에 불량한 사람들 있다고 퇴근할 때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불량한 사람 기준은 무얼까 궁금하고, 어리지만 듬직한 마음이 예뻐서 웃음이 났었다. 함께 놀러간 이날 머리 빗으며 빠진 머리 움켜쥐고 있으니 선생님 머리 빠지면 안 된다고, 머리 빗지 말라고, 중딩 친구가 나름의 잔소리로 걱정해주었다. 화장하라고, 커피 먹지 말라고, 시집 가라고, 야근만 하다가 독거노인 되겠다고, 꼬마들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잔소리의 질이 몇 년 새 다르다. 꼬마들이 자란다. 그 .. 2016. 6. 28.
2014.10.25. 기타 등등 1.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기타 수업에 사감 노릇 하러 들어갔다가 산토끼를 배웠다. 역시 무게 잡는 선생님은 안 어울린다. 되려 같이 놀았다. C랑 G는 더는 안 까먹겠다. 같이 띵가띵가, 깡총깡총 놀아야지. 그렇게 옆에 있는 게 나답다. 2. 어딘가 아파서 제주에 오고, 또 저마다의 방법으로 낫고, 나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저마다 잘 살고 있다고 응원하고픈 삶에 괜히 나도 힘을 얻고, 생각도 많아진다. 아프지 않으려 이곳을 찾는데, 이곳에서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런 생각도 잠시 했다. 너무 오래 생각지 않기로 했다. 3.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이제 코드 두 개 간신히 외웠는데 마음만은 기타 치며 노래하는 상상까지 나갔다. 비밀의 화원도 배우고 싶다. 꿈은 꾸라.. 2016. 6. 28.
달, 밤 은행나무 가로수에 가로등불이 달처럼 걸렸다. 달이구나, 했다. 한 번 보고 한참 걷고 다시 보고, 그러고 걸었다. 가로등불보다 작고 덜 환하지만 달은 달, 진득한 달이 잘 따라오나 달을 잘 따라가나 하늘을 바라고 걸었다. 미지근한 밤공기가 살에 닿는다. 기온만큼 더 걸으려고 발을 딛는다. 나는 조금은 더 기운나는 사람이고 싶었다. 땅을 더 힘차게 박차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달밤에 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싶어졌다. 오로지 내 발로 바퀴가 구르는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땅으로 스민 기운이 두 발을 뿌리로 삼아 내게 다시 스며들었으면 싶었다. 2016.6.21. 2016. 6. 22.
2014.2~3. 서울과 서귀포, 엑시무스, 후지 컬러 C200 2014년 2월~3월, 엑시무스, 후지 컬러 C200.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 짬짬이 찍었다. 일도, 놀이도, 만남도, 마음먹고 하려니 더 어렵다. 시간만 믿지 말고 일상에, 몸에 스며야 하는데. 정동길부터 타박타박. 하나 언니와 나들이한 서귀포. 가만가만 마음을 알고 챙겨준다. 마음을 나는 언제 다 돌려줄 수 있을까. 2016. 6. 10.
2014.2. 엑시무스, 투도르 200 2014년 2월, 엑시무스, 투도르(Tudor) 200. 산방산에서. 아이들 손에 카메라를 쥐어주었다. 더울 정도로 맑은 날이었는데 색감이 어딘가 창백하다. 서울 출장 갔다가 비행기 표가 없어서 하룻밤 발이 묶였다. 그덕에 허정허정 인사동도 걷고. 운이 좋아 박수근전도 보고. 밀레의 그림을 보고 나서 하느님 저도 커서 밀레처럼 좋은 그림을 그리게 해주세요 기도했다는 꼬마 시절의 박수근 화가 이야기에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2016.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