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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나누는 일, 두 번째 책갈피 묶음 제주 플리마켓에서 책갈피를 나누고 와서 서울에서도 소소하게 그리고 진득하게 이어가고 싶었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고마운 문장을 손에 쥐고 기운을 얻었다. 문장의 온기가 어느 사람들 마음에도 가 닿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규매니저님 도움으로 작은 매점에 한 뼘을 얻었다. 한 뼘에 마음이 푸지게 찼다. 2016. 5. 31.
떠나온 사람에게만 돌아갈 곳 있으니 허약한 뿌리가 어쩌면 어느 곳이든 발 딛고 사는 동력일 수도 있었다. 떠나온 사람에게만 돌아갈 곳 있으니. 하림의 노래를 들으며 어느 순서를 생각했다. 돌아갈 곳이 있어야 떠날 수 있지 않을까. 돌아갈 곳이 없어서 떠나는 걸까. 무엇이 먼저일까. 닭과 달걀 같은, 그런 생각들. 버스를 탔고 익숙한 곳을 에둘러 비껴난 길을 지났다. 창밖을 훑다가, 노래와 풍경의 간극처럼 발딛은 곳이 가깝고 또 멀었다. 2016.5.28. 2016. 5. 28.
2016.4.~5. 서촌과 연희동,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플러스 400 사무실이 서촌인데 안에만 박혀 있으니 더 서촌을 모른다. 예쁜 동네인데 일상 공간이어서, 그래서 마음을 먹어야 산책이라도 나서게 된다. 잘 찍지도 못하는데 큼직한 필름카메라를 사무실 식구들에게 보이는 게 어쩐지 부끄럽기도 해서 못 꺼내다가, 마음 먹고 손에 쥐고 나선 점심 산책. 내가 좋은데 뭐 어때, 싶다가도 자꾸 마음을 먹고 여러 번 다잡아야 하게 되는 일들. 작은 일 하나 하나에 내 품성이나 경향 같은 것들을 들킨다. 어쩌면 들킬 수 있어, 돌아볼 수 있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나들이 오는 국장님네 장군이와 딸기가 참 예쁘다. 우리 팀원 시켜달라고 졸랐다. 이렇게 출근을 하고 나면 집에 가서 코 골며 곯아떨어진다는 귀여운 친구들. 요즘 퇴근은 걸어서 한다. 광화문에서 창덕궁까지 담에 붙어 .. 2016. 5. 23.
2016.5.7~8. 김유정역 실레마을, 우문하우스,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플러스 400 쉬는 날 김유정역 실레마을을 찾았다. 우문하우스에서 쉬었다. 겨울과 초봄에 부쩍 오다가 한 달을 뛰고 왔더니 그새 풀빛이 한가득이다. 눈도 마음도 좋아질 것 같은 풍경에 이틀을 살았다. 겨울에 게스트하우스 손님으로 만났던 은별과 우연히 다시 만났다. 긴 밤, 사는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친해졌다. 서로 혼자 왔다가 친구를 얻었다. 채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바탕색이 은은한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난다. 두어 마디 나눠도 좋고, 때론 잔잔히 친해지기도 한다. 혼자인 듯 아닌 듯, 쉬는 날이 괜찮다.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플러스 400. 날이 맑아 감도를 100으로 맞추고 찍었더니 풀빛이 쨍하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풀도, 나도, 어디선가 내려온 고양이도, 광합성 했다. 한량처럼 따땃한 돌 위에 앉아 .. 2016. 5. 21.
풍덩 빠지지 못했다. 스폰지하우스가 문을 닫았다. 정 붙인 곳들이 손에 꼽혀서일지 오래 허했다. 아끼는 것들은 왜 자꾸 사라질까. 퇴근길에 들를까 하다 몇 번 발을 돌렸던 일을 후회했다. 더 아끼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아 발을 돌리는 길이 적적했다. 정을 너무 붙이지 말라고도 하고, 그럼에도 충분히 사랑하라고도 하고. 사라지는 것을 두고, 마음을 보호한다는 여러 방법들. 그럼에도 편으로 마음이 기운다. 서둘러 마음을 떼는 일은 서글프다. 쓸쓸하다. 아프다. 그럼에도 기울지 못하고 산다. 사람을 공간을 마음을 잃지 않고 싶은데 겁이 많아 풍덩 빠지지 못했다. 얕은 물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마음이었다. 잃어버린 영화관을 생각하다가 어쩐지 마음을 들킨 것도 같아 부끄러웠다. 얄팍한 마음을 못 견디는 날이 있었다. 바다 대신 청계천.. 2016. 5. 20.
필사모임 한 시간 반 정도 책을 읽으면 입이 심심해진다. 형연 씨가 오렌지를 갖고 오고, 동영 씨가 사탕을 나눴다. 향긋하고 달콤하게, 향으로 맛으로 읽는 시간이 됐다. 2016.4.7. 목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 필사모임 @합정 허그인 2016. 5. 20.
동사의 맛 동사의 맛(김정선, 유유출판사)을 읽고 있다. 가려내다, 갈라내다. 두 낱말을 엮어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풀었다. 풍경에 눈이 시렸다. 낱말들이 엮이어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는 결국, 삶. 살아가는 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당신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한다. 2016.3.31. 2016. 5. 20.
균형을 찾는 일 며칠 전 전통자수를 잠깐 배웠다. 패랭이꽃을 수놓으며 자련수, 이음수, 씨앗수, 사선평수, 가름수, 풀잎수, 고운 이름들을 얻었다. 롱앤숏스티치나 프렌치노트라거나, 책에서 본 이름들의 본딧말을 찾은 것 같았다. 다른 말을 써도 같은 손놀림에,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살아가는 일은 똑같구나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랜 사람들의 손끝을 한참 헤아렸다. 사는 일이 무얼까. 듬성듬성하게 있어도 괜찮을까. 어느 균형을 찾고 싶었는데 기우뚱 갸우뚱 하며 산다. 답할 사람은 하나인데 너무 많은 물음을 쥐고 살아 그런가 보다. 균형을 찾는 일을 대신해서 걷거나, 무엇을 쓰고, 만든다. 시간이 필요하거나, 잠이 오지 않거나, 멍하거나, 때때로, 그냥. 여름을 앞에 두고 이른 봄 생강나무를 그렸다. 꽃을 더 피울까 하다가 듬.. 2016. 5. 12.
광합성 게스트하우스 손님과 우연히 또 만나 친구가 됐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어떤 모습일 때 스스로 예쁘다 생각해요, 질문을 받았고, 그러게요, 언제일까요, 서로 웃다가 둘 다 답을 못했다. 그러게, 언제일까. 혼자 남아 곱씹었다. 볕을 쬐다가, 초록색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소낭밭에 앉아 광합성 한다며 재잘거렸던 어린 날을 생각했다. 푸르딩딩하고 짜리몽땅한 게 꼭 너희라고 동백나무를 말하던 지리 선생님도 생각이 났다. 파릇한 양말을 벗 삼아 풍경에 스몄다. 예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예쁜 날이 있었고,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져서 이 시간이 예뻤다. 2016.5.7. 2016. 5. 12.
2014.1.25.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엑시무스, 럭키 슈퍼 200 2014.1.25. 엑시무스, 럭키 슈퍼 200. 1. 2년 만에 토이카메라 손에 쥐고 나간 마실길. 필름 현상이 오래 걸린다 해서, 기다리는 5일 동안 마음이 설렜다. 소박하지만 마음이 따땃한 시간. 현상까지 기분좋은 기다림. 좋은 기운으로 힘을 얻는 일상. 필름도, 필름스캔도 자꾸 값이 올라서 슬프지만 맛있는 밥 먹은 셈 치고 조금은 사치스런 장난질은 앞으로도 계속할 테다. 2. 김영갑갤러리에 가고 싶어한지 만 십 년. 이제야 충동적으로 다녀왔다. 먼곳도 아니면서. 여유가 없던 것도 아니면서. 나는 생각만 너무 많이 했다. 잊은 것도 많았다. 사진마다 바람이 일었다. 거기서 2005년 1월 방영된 다큐를 보았다. 건장한 몸으로 카메라 장비를 들고 누볐던 오름을. 십년 후 바싹 마른 몸이 돼서 눈으로 .. 2016.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