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을 못 하고 화를 크게 내 버린 뒤(크게 혼을 낸 게 아니라) 집에 보내서, 어젯밤 내내 맘이 편치 않았는데 평소처럼 엉뚱한 모습으로 다가와줘서 참 다행이었다. 어제, 선생님은 날 하나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화내던 아이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이들을 많이 이해하고, 많이 참고, 많이 생각한다고, 그래도 이 세 가지는 잘하고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난 한참 많이 모자랐었나 보다. 아이일 때 나도 그랬다. 충분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내 맘속에 갇혀 살았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마음으로 울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사랑이 내려오는 데에 칠십 년이 걸렸다고 했다. 진심을 열어보이려고 하는데, 자꾸만 뭔가에 걸려 어긋나는 느낌이 든다. 한 달, 또 한 달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렵기만 하다. 어쩌면 아이들을 쉽게 생각하지 않고 고민할 수 있는 그 자체가 다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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