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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09.4.26. 겁쟁이

by 리을의 방 2015. 12. 22.
토요일에도 문 닫을 때까지 소란을 떨어야 나가던 아이들이, 요즘은 밥 먹고 한두 시간 컴퓨터를 하다가 알아서 떼를 지어 몰려나간다. 덕분에 가끔씩 일찍 퇴근하는 토요일들이 생겼지만, 그만큼 이 곳이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표시일테니, 마음이 싸하다.
타박타박 시청까지 걸어오는데 바람마저 싸했다. 바람이라도 포근했으면 조금 위안이 되었을 텐데. 내내 맹하게 지내고 있는 내게 자극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미경과 김중혁의 소설집을 샀다. 출판사 이름만으로 믿음이 가는 책들이 있다. 문학동네 장편소설은 신인들의 상상력이 싱싱하고 파닥거려서 좋고, 단편소설집은 노련한 작가들의 문체와 흡입력이 좋다.
한 주, 한 주,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내일은 별다른 소식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알든 모르든, 그것과 상관없이 어떤 일들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유독 게을렀던 한 달이었다. 여러 문제들 앞에서 사실 눈감고 싶었다. 일상만이, 평소처럼, 별일없이, 유지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게을렀고 비겁했으며 무능했다. 문제를 피할 수만은 없다고 아이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스스로에게 해야 할 말이었다.
부끄럽지만 않게, 라는 소망이 소박한 줄 알았다. 그러나 실은 부단히 노력해야만 손닿을 수 있는 것, 이 순간 내겐 사치스러운 소망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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