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다짐은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은 나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이기적인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고 보면, 삶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라면 이 삶을 채워나가기 위해 택하는 모든 방식들은 결국 하나의 수단이라는, 그러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단기간의 수단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했던 내 말이 틀렸다고 지적했던 누군가의 말이 맞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다수의 사람들보다 나는 두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를테면 낯가림을 떨쳐 내기 위해서도, 고착된 상처 탓에 별 것 아닌 일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사람을 사귀기 위해서도,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내 삶의 흔적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나는 더 많이 부딪쳐야 하고 더 많이 넘어서야 한다. 걸으면서 '이를테면'에 해당되는 생각들을 곱씹는데 조금은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억울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도,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또다른 순간도, 그 모두 내 삶의 순간들이다.
너는 아이들을 덜 아프게 할 것 같아서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은 옳지 않았다. 나는 나를 넘어서지 못했다. 아이들에게서 본 모습이 결국 내 모습이었고, 아이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내 고민이었다. 나는 내면아이와 화해하지 못했다. 화해하기 위해서는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는데 무게가 버거워서 마주치지도 못했다. 내 문제로 아이들을 더 아프게 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 아이들 곁, 2006~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4.26. 겁쟁이 (0) | 2015.12.22 |
---|---|
2009.3.23. 무력감 (0) | 2015.12.22 |
2009.2.7. 장난 (0) | 2015.12.22 |
2008.5월. 교육실습 (0) | 2015.12.22 |
2008.5.5. 견학실습 (0) | 2015.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