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46 허정허정 헤매는 날을 보내는 방법 대구역 근처였던 것 같다. 역을 조금 지나니 오래된 집들이 나왔다. 하숙집들이었는데 인부아저씨들이 사는 것 같았다. 맥아리 없이 허정허정 걸어도 낯선 곳이니 괜찮았다. 물집이 터지도록 헤맸는데 그날은 퉁퉁 부은 발마저 좋았다. 사진은 꽤 괜찮은 도구다. 오래 묵어도 그날의 질감이 살아난다. 자주 듣던 노래도, 끄적여둔 메모도 괜찮다. 끄적이는 일이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이어졌다. 어떤 날은 못 견뎌서 찢거나 지우거나 버려두기도 했었다. 지금은 좋으면 좋은 대로, 버거우면 버거운 대로 안고 갈 수 있겠다. 진작 그랬으면 좋았겠다. 대학생 때 소설을 배우면서 일상을 과거형으로 쓰는 버릇을 들였다. 오랜 일처럼 쓰고 나면 어떤 일이든 안녕, 하고 잘 보낸 것 같았다. 그 버릇이 사진에도 번졌다. 오래된 느낌이.. 2015. 12. 15. 이전 1 ···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