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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필사하는 겨울

by 리을의 방 2016. 2. 27.
12월부터 2월 마지막 주 어제까지 열 번의 필사모임이 목요일 저녁마다 열렸다. 한 주를 빠지고 아홉 주를 채웠다. (개근을 못 해서 아쉽다.) 책을 읽고 쓰고 낭독하며 잔잔하고 따뜻한 밤을 맞았다. 여러 날의 밤 덕분에 마음에 온기가 스몄다. 별스럽지 않아도 여러 날의 흔적들로 나는 어딘가 발을 붙이고 지내는 것 같았다. 이 겨울이 괜찮았다. 
끄적이는 일이 좋아 소설도 시도 산문도 노랫말도 혼자 좋은 대로 베껴 적었다. 세 달 사이 공책이 거의 찼다. 틈틈이 찍은 사진을 만지작거리다가 어디든 꼭꼭 포개두고 싶었다. 글씨 안에 겨울이 들었다. 종이를 매만지며 고마운 겨울을 오래 생각했다. 마음이 지난날보다 조금은 더 단단하다. 봄을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2016.2.26.


백석의 선우사,시를 외고 있으면 외롭지 않았다.

 

무지공책을 찾다가 스케치북을 사고, 읽고 쓰는 일기장이니 '읽기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겨울, 좋은 친구가 되었다.

 

줌파 라히리 산문집,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황인숙 시, '밤길'

 

 문태준 시, '그늘의 발달'

 

연차를 쓴 날, 필사모임 가기 전에도 종일 끄적였다. 자분자분 지나는 하루가 좋았다. 

한강 소설, 희랍어 시간'

 

윤수정 산문집, '한 줄로 사랑했다'

필사를 하다 보니, 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었다. 읽고 좋아 마음 곳곳에 남았던 책들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詩였던, 시와의 노래들. 겨울 내 아끼며 들었다.

 

스무살에 읽고 십 년이 지나 다시 읽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여전히 좋고 여전히 먹먹했다.

지난날의 추억일지도 모르지만, 권미선 씨의 번역이 울림이 컸던 것 같다. 사람과책에서 나온 1996년판으로 다시 찾아 읽고 싶다.

 

김숨, '바느질 하는 여자'. 한 땀 한 땀 곡절이 많은 이야기. 한 땀 한 땀 공들인 문장들. 책의 어느 이야기에 아파서 읽다가 잠시 놓았다.

 

이병률 시, '아주 넓은 등이 있어'

 

김진규 소설, '달을 먹다'

 

반 고흐 서간집,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여럿이 사각거리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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