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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by 리을의 방 2016. 2. 25.
아침 출근길, 시가 입에 맴돌았다.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언젠가 워크숍을 다녀오고 후기를 쓸 일이 있었다. 스물셋이었다.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며 꾸짖는 마음이 어려웠다.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 구절을 인용해서, 쉽게 꿈꾸지 않기 위해, 느리지만 천천히 가는 걸음을 믿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글을 썼다.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기행문이었고, 읽히지 않고 어느 서류뭉치에 증빙서류로 툭 들어갔을지도 몰랐다.

결과보고서를 쓸 일이 있을 때마다, 해마다 같은 양식과 같은 사업이어도 오래 공들여 썼다. 내가 말을 할 수 있는 자리는 그것뿐인 것도 같아 보아주는 사람 없어도 마음을 다해 오래 썼다.

필리버스터 풍경에 눈이 시렸다. 섬처럼 드문드문 앉은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다섯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단상에 선 풍경이 절절했다. 절실했다. 올곧았다.

쉬운 길을 가지 않는, 쉽게 꽃피지 않는 그들이 고맙다.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시의 마지막 구절이 고맙고 그리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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