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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4.7.10. 콩쟁이

by 리을의 방 2016. 1. 6.
제주 설화에서는 콩쥐 팥쥐를 콩쟁이 팥쟁이라고 부른다. 징벌은 괴기하다. 못된 사람으로 젓갈을 담그는 건 기본이다. 전설의 고향보다 더 무서웠다. 선을 권하고 악을 벌하자는 건데, 악을 악으로 다스리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이 야금야금 들곤 했다.

마음이 콩쟁이가 됐다가 팥쟁이가 됐다가 참 못났다 싶다. 오늘도 팥쟁이가 될 뻔 했다가 반가운 전화를 받고 반성했다. 서귀포 갔을 때 들어가려다 버스가 와서 못 간 카페였는데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신기하기도 하고 예쁜 마음이 고맙다. 선이 선을 부른다. 다시 콩쟁이가 되기로 했다.

영주언니가 해준 말이 생각난다. 내가 막 미쳐서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주변에서 정신차리라고 나를 딱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착한 사람들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콩쟁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내일 눈뜨면 또 못나질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정신차리라고, 누가 또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201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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