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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0.3.20. 괜한 걱정

by 리을의 방 2015. 12. 22.
내가 하는 일에 과도하게 부담을 느끼긴 했나 보다.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 지 꽤 지났다. 꿈에서마저도 난 아이들과 아웅다웅거리고 있었다. 해결하지 못한 일이 꿈에서까지 이어지거나, 올 수 없는 아이가 오거나, 비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지거나, 기억나지 않는 여러 일들까지. 그렇게 꿈에서 투닥거리다가 몽롱한 상태로 출근하고, 오후가 되면 이번에는 진짜로 아웅다웅거리는 시간들이 흐르고, 그러다 다시 꿈. 

내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지만 그래도 꿈은 지나치잖아 싶어질 때. 이따금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간절해질 때. 나는 앞으로도 오래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온전히 마음을 쏟지 못하는 미안함이 마음에 겹겹이 포개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고가는 무수한 마음들을 받아내고 견디기를 곱절로 노력해야만 하는 나 자신에게 무척이나 심술이 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물러서고 싶지는 않은 일이다. 다만 내가 좀더 많이, 그리고 오래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버틴다는 말은, 너무 소극적인 대응일까. 

돌아온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게 다행스러웠고, 불편해하지 않고 찾아 준 마음이 기특했다. 그렇지만 어른스러운 체했던 뒤에는 사람의 마음이 있어서, 나는 다시 상처받지는 않을까 사실은 움츠러들었다. 솔직하지 못한 게 더 나빴다. 너희가 내게, 다시금 좋은 기회를 준 것이라고, 그 마음만 오롯이 지니고 있으면 될 것을. 때로는 선생님도 상처받는다는 걸 너희가 조금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너무 어린 생각일까. 스물다섯. 아직도 난 너무 어리다는 생각만 무수히 들어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파장이 닿는 너희에게, 나는 좋은 사람일까. 

보듬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정작 밀어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산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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