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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일상을 마주하기

by 리을의 방 2016. 8. 22.
달음질하지 않고 느슨하게 마주하는 오후 네 시. 시간이 풍경이 음악이 낯설다. 제천에서 여름을 다 살고 온 것 같았는데 선풍기를 끌어안아도 더운 서울의 여름이 아직 남았다. 어딘가 낯설다 낯설다 하며 그늘에 몸 붙이고 걸었다. 점심 때 몇 번씩 넋을 놓고 앉았던 카페는 잘 있었다. 한 달만인데도 이름을 기억하는 마음이 고마워서 자리잡고 앉았다. 친구 둘이 어제 내 이름에 적립을 하고 갔다는데, 사무실 식구일텐데 누굴까 누굴까 생각하는 마음이 간지러웠다.

아기가 옹알이를 하고, 사람들이 스터디를 하고, 데이트를 하고, 찻잔이 달그락거리고, 원두가 갈리고, 웃고, 종알거렸다. 일상의 소리를 곁에서 가만가만 들으며 잠시 넋놓아보는 오후 네 시. 일상 같지 않은 소식을 듣고 멈추었다가 일상이 아닌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설은 마음을 다독거렸다. 가만가만 듣는 소리들이면 충분히 되었다.

201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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