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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19

2016.2.18. 아기새들이 봄을 두고 갔다 날이 덜 춥다. 예쁜 친구들이 봄을 두고 갔나 보다. 남쪽에서 봄을 몰고 온 아기새들을 만났다. 스물일곱, 스물다섯, 열아홉 둘과 종일 종알거렸다.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어도, 언제나 내 예쁜 아기새들. 이곳에서 잘 자라서, 그게 내가 청자에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민지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마음이 왈칵 허물어져서 눈이 시렸다. 그랬다. 그것만으로 넘치게 충분했다. 넘치게 고마웠다. 술친구할 나이를 먹는 꼬꼬마들이 는다. 내가 가난하고 붐벼서 제주에서 시간을 많이 못 보냈다. 마음이 넘치게 부른 만큼 아기새들의 배를 넘치게 채우고 싶었는데, 더 맛있는 걸 못 먹이고 보낸 일이 마음에 걸린다. 아기새들의 길거리 간식으로 내 배가 불렀다. 같이 있는 시간으로 마음이 불렀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때를 생.. 2016. 11. 26.
2015.3.30. 아이들의 것이 온전히 아이들의 것이 되는 일 별똥별 꼬꼬마들의 해녀 그림이 우드아트 반재가 되었다. 택배 기다리고 포장 뜯으면서, 아이들 오면 자랑하려고 설레고 간질간질한 마음을 꼭꼭 참았다. 아이들의 것이 온전히 아이들의 것이 되는 일. 반짝반짝 빛나게, 예쁘게 해주고 싶었다. 해녀할머니의 인자한 눈웃음도, 함께 설렌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도 웃음도, 참 예쁘다고. 그렇게 또 고슴도치 이모마냥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예쁘게 색칠해달래야지. 주렁주렁 걸고 다녀야지. 2015.3.30. 2016. 7. 2.
2015.3.22. 밥으로, 잠으로 가까워지고 정다워진 날들 줄세운 밥그릇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이리 가지런한 친구들이 아닌데. 배고프다고 한데 모여 종알거릴 때는 영락없는 아기새 같은 친구들. 별똥별 친구들과 여행했던 날, 아이들이 끓인 찌개에 밥도 두 그릇씩 비웠다. 같이 먹으니 더 맛있었고, 같이 먹어서 더 든든했다. 밥으로, 잠으로 가까워지고 정다워진 날들.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밥 차려주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간 본다며 한 입씩 먹고 가는 아이들. 잔소리로 양념 톡톡 더하는 아이들. 설거지 다툼하는 아이들. 잘먹었다고 웃어주는 아이들. 같이 지은 밥이어서 자꾸 생각이 나나 보다. 무얼 해줄까. 뭐가 맛있을까. 2015.3.22. 2016. 7. 2.
2015.3.21. 휴가 별똥별 친구들과 서귀포에 휴가 나왔다. 캠프, 여행, 외박, 부르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마음만은 모두들 휴가다. 작년 아트마켓 신나게 다니며 (내눈에는)고사리손으로 모은 돈으로 기부도 하고 놀러 나온 아꼬운 꼬꼬마들. 그냥 나는 다 아꼽다. 고슴도치 이모니까. 일주일을 밖에서 돌다가 오늘은 꼬꼬마들이 차려준 집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아이들과 밥으로 함께하는 시간으로, 소소한 말들과 웃음으로, 배가 부르다. 마음이 부르다. 마음 허전한 어느날, 소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든든한 끼니가 되는지 우리 친구들도 알아갈 테다. 이제 첫날인데 벌써부터 아쉬워하다가 새근새근 잠든 친구들. 친구들의 숨소리도 좋은 밤. 아쉬운 마음까지 좋은 밤. 2015.3.21. 2016. 7. 2.
2015.2.27. 사랑하고 매만지고 곱씹고 간밤 자리에 누워 사람을 챙기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참 했다. 겁많고 아팠던 아주 어린 날이 있었고 그럼에도 사람과 부대끼는 일을 잘해내고 싶었다. 겁냈던 날. 아팠던 날. 서툴던 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만큼 괜찮은 날도 늘었다. 잘하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꼬꼬마들과 서울 나온 날. 길안내하고 배불리 먹이고 아이들이 골라준 덕분에 이천오백 원짜리 머리핀을 구해서 기분좋았다. 언제 이렇게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를 짧은 여행길. 아이들에게 하나 더 먹이고 싶고 하나 더 보여주고 싶고. 발이 꽁꽁 얼어 달달달 떨며 걸어도, 지갑이 가난해져도, 잘 웃고 잘 먹으니 그냥 다 좋았다. 이 맛에 이 일을 사랑하고 매만지고 곱씹고 오래 앓는다. 사람을 챙기며 나를 챙겼다. .. 2016.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