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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9

김진규, 달을 먹다 2008. “너는 나로 인해 죽는다.” 계절에 따라 크게 네 장으로 나뉘어 있고, 계절과 사람들 마음의 얽힘에 대한 기록으로 보아야 할까, 계절 이야기를 모토로 시작하여 그 안에는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종횡으로 얽힌 여러 인물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이 소설이 일관성을 갖고 있는 것은, “너는 나로 인해”라는 책무감으로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옛사람들 삶의 흔적이 새로웠고, 수식이 많은 문장이지만 화려하지 않고 담박했다. 말을 아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공감했다. 고요한 시간에 호흡을 길게 늘이고 천천히 읽어야 좋을 소설이다. ‘나는 너로 인해’가 아닌, ‘너는 나로 인해’라는 마음을 모든 사람들이 품고 살아간다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마음.. 2016. 1. 9.
죽은 시인의 사회 2009.9. 독서치료 과제로 한 인물의 인생경험이 발달단계의 갈등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서술하라는 문제를 보고 토드 앤더슨이 생각났다. 우연히 ocn에서 영화로 접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동영상도, 서점에서 산 책도 모두 열댓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을 가지고 중학교 때 졸업생 편지글을 읽었고, 고등학교 때 독후감 발표대회에서 말하고, 대학교 일학년 때도 교양과목 레포트에 롤모델로 키팅 선생님을 적었다. 무엇을 손에 쥐어야 할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잡기 위해 갈급해할 때, 역시 뚜렷한 실체는 없으면서도 내게 절대적이었던 한 이야기였다. 절대적인 무언가[그것이 정말 존재할지 아직도 나는 혼란스럽다]에 매달릴 때는 닐, 토드, 키팅 이렇게 세 사람만 크게 보였는데, 조금 전 오.. 2016. 1. 9.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2005. 황만근이 없어졌다. 있으나마나 한 존재이면서 있었던 그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그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이면서도 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소설은 이렇게 어느 날 아침, 황만근이라는 한 사내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황만근은 마을 사람들에게 바보 천치라고 손가락질 받는 인물이다. 어수룩한 외모에 어수룩한 말투, 겉모습만 봐도 영락없는 바보이다. 한 집에 사는 어머니와 아들에게마저 사람 취급 못 받고 방에도 못 들어가 손바닥만한 마루에서 자며,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하면서도 바보이기 때문에, 그의 별명처럼 한 근이 아닌 ‘반 근’ 취급밖에 받지 못한다. 조그만 시골에서, 황만근의 실수는 마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가 되.. 2016. 1. 9.
시게이츠 기요시, 말더듬이 선생님 2010.4. 언젠가 영화를 봤다. 중학생들의 이야기였고, 따돌림 문제가 나왔고, 결못남의 아베 히로시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학생의 고민을 언제나 귀담아듣는, 그래서 모두가 서로 돕는 것을 강조하는 학교에 말을 심하게 더듬는 선생님이 임시교사로 왔다. 이상적인 학교 같지만 실은 심한 따돌림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다른 학교로 떠난 학생이 있었다. 학교는 허상 같은 파랑새 상자(상담함)와 포스터, 교훈 등으로 문제를 덮고 있었고, 학생들은 위선인 줄 알면서도 외면의 평온을 지켜주므로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임시교사인 무라우치 선생님은 전학 간 학생의 책상을 갖고 와서는 언제나 진심으로 학생에게 인사한다. "노구치, 안녕." 잠잠하던 반이 조각조각 갈라지고, 그 중 한 학생은 가해자라는 죄책감.. 2015.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