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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016.3. 로모피쉬아이1, 코닥 골드 200 2015년 12월, 그리고 2016년 3월. 로모피쉬아이1, 코닥 골드 200 지난 겨울, 율빈이와 정선 나들이 중 마지막으로 남은 사진. 해묵고 자그만 정선목욕탕이 정겹고, 옆에 발걸음 맞추는 동생이 더 정겹던 하루. 신촌에 살 때 171 버스를 환승하던 아현동. 오래된 마을 풍경이 친근하고, 허물고 새로 솟는 풍경이 또 애잔했던 길. 순이 돋던 늦겨울부터 오늘은 꽃순에 얼마나 살이 올랐나, 얼마나 피었나 살피는 출근길이 좋았다. 목련이 쏟아진 사무실 마당. 투둑 툭, 꽃 지는 소리가 듣기 좋았던 지난 봄날. 꽃눈을 쓸고 또 쓸어도 마당을 덮던 흰 목련, 흰 향기. 골목을 나서면 분홍 벚꽃이 몽글몽글했고, 덕수궁 앞은 작은 꽃밭이, 구름이 몽실몽실한 맑은 여름날을, 토독토독한 빗방울을, 작은 나의 하늘.. 2016. 7. 4.
너의 열한 번째 날 오늘은 너의 날. 아주 오래 전에, 여름이었고, 자전거가 한 번씩 사라졌었다. 사라졌다 돌아오는 까닭을 알 수 없었고 나는 화가 났고 며칠 뒤면 자전거가 돌아왔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네가 가고, 창고에서 또 사라졌던 자전거를 찾았다. 네가 타는 모습을 보았다던 어른들의 얘기를 들었고 여기저기 흠집이 난 자전거를 만졌다. 너보다 더 큰 자전거를 타고 몇 번을 넘어지고 두근거리기도 했을 너를 생각했다. 누나 자전거 사 달라는 어린 너의 얘기에 어린 나는 웃기만 했었다. 네가 갔다. 까끌거리는 검은 고무 핸들을 만지작거리는 일밖에 할 수 없어서, 내가 너무 미워서, 엉엉 울었다. 자전거 타는 효렬이를 보지 못했는데 그 작은 발로 큰 바퀴를 굴리며 골목을 누비는 효렬이가 눈에 선했다. 오늘은 너의 열한 .. 2016. 7. 2.
2015.4.6. 재재재재 창을 마주한 책상. 여름은 쨍한 볕에, 겨울은 외풍에 힘들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풍경들이 있었다. 해질 때 날아가는 비행기, 늦은 밤 빈 도로에 하나 둘 오가는 차들, 조용한 밤 빗길에 차 스치는 소리. 그리고 일찍 사무실에 나가면 옆집 옥상에서 재재재재 우는 새들. 밖에서는 새들이 재잘거리고, 안에서는 아이들이 재잘거렸다. 아이들 밥 챙길 때, 밖에서 사람과 일을 얻어올 때, 어떤날은 먹이 물어오는 엄마새가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날들이 참 좋았다. 재재재재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참 좋았다. 2015.4.6. 2016. 7. 2.
2015.4.16. 마음이 붐볐다 꼬꼬마들과 지내면서 웃는 날이 많았다. 바닥에 닿아도 다시 웃었다. 결핍에 내려앉을 때 아이들이 내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마음이 붐볐다. 고마운 마음보다 못다한, 못난, 미안한, 미련한. 그런 단어들이 붐벼서 괜찮다는 말 뒤에 실은 괜찮지 않았다. 정리할 목록을 써야 하는데 정리되지 않아 사진 뒤적뒤적하다가 여러 날들이 생각났다. 맺음을 하겠다, 마음을 정한 해. 2014년은 아이들과 옥닥복닥 부대끼는시간을 부지런히 적었다. 적는 일로 마음을 다독였고, 적은 일이 자글자글 구르는 기억이 되어 오늘의 마음이 붐빈다. 마음이 더 붐비는데 그 마음이 싫지는 않아 조금 더 붐비게 두었다. 이 밤도 다 가겠다. 2015.4.16. 2016. 7. 2.
2015.3.30. 아이들의 것이 온전히 아이들의 것이 되는 일 별똥별 꼬꼬마들의 해녀 그림이 우드아트 반재가 되었다. 택배 기다리고 포장 뜯으면서, 아이들 오면 자랑하려고 설레고 간질간질한 마음을 꼭꼭 참았다. 아이들의 것이 온전히 아이들의 것이 되는 일. 반짝반짝 빛나게, 예쁘게 해주고 싶었다. 해녀할머니의 인자한 눈웃음도, 함께 설렌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도 웃음도, 참 예쁘다고. 그렇게 또 고슴도치 이모마냥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예쁘게 색칠해달래야지. 주렁주렁 걸고 다녀야지. 2015.3.30. 2016. 7. 2.
2015.3.22. 밥으로, 잠으로 가까워지고 정다워진 날들 줄세운 밥그릇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이리 가지런한 친구들이 아닌데. 배고프다고 한데 모여 종알거릴 때는 영락없는 아기새 같은 친구들. 별똥별 친구들과 여행했던 날, 아이들이 끓인 찌개에 밥도 두 그릇씩 비웠다. 같이 먹으니 더 맛있었고, 같이 먹어서 더 든든했다. 밥으로, 잠으로 가까워지고 정다워진 날들.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밥 차려주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간 본다며 한 입씩 먹고 가는 아이들. 잔소리로 양념 톡톡 더하는 아이들. 설거지 다툼하는 아이들. 잘먹었다고 웃어주는 아이들. 같이 지은 밥이어서 자꾸 생각이 나나 보다. 무얼 해줄까. 뭐가 맛있을까. 2015.3.22. 2016. 7. 2.
2015.3.21. 휴가 별똥별 친구들과 서귀포에 휴가 나왔다. 캠프, 여행, 외박, 부르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마음만은 모두들 휴가다. 작년 아트마켓 신나게 다니며 (내눈에는)고사리손으로 모은 돈으로 기부도 하고 놀러 나온 아꼬운 꼬꼬마들. 그냥 나는 다 아꼽다. 고슴도치 이모니까. 일주일을 밖에서 돌다가 오늘은 꼬꼬마들이 차려준 집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아이들과 밥으로 함께하는 시간으로, 소소한 말들과 웃음으로, 배가 부르다. 마음이 부르다. 마음 허전한 어느날, 소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든든한 끼니가 되는지 우리 친구들도 알아갈 테다. 이제 첫날인데 벌써부터 아쉬워하다가 새근새근 잠든 친구들. 친구들의 숨소리도 좋은 밤. 아쉬운 마음까지 좋은 밤. 2015.3.21. 2016. 7. 2.
2015.3.10. 응원 꼬꼬마들과 책을 만들었고, 또 만들어간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예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전화와 말과 글을 받는다. 아이들이 직접 받아야 하는데 선생님이라고 대신 받는다. 잡지의 주인은 아이들, 반짝반짝 빛나는 일들도 모두 아이들의 것. 한 마디 한 글자 온전히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고, 너희가 참 예쁜 일을 하고 있다고, 참 멋지다고, 그렇게 토닥이고 싶다. 서툴고 걱정 많은 쌤과 함께하며 미안한 일들만 자꾸 보여서 나는 또 미안했는데, 함께 두근거려주고 힘더해주고 자기 것으로 여겨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늘 옆에 있었다. 별일은 없었는데, 오늘은 그냥 내 마음이 참 좋았다. 꼬꼬마들의 마음 덕분이다. 2015.3.10. 2016. 7. 1.
2015.2.27. 사랑하고 매만지고 곱씹고 간밤 자리에 누워 사람을 챙기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참 했다. 겁많고 아팠던 아주 어린 날이 있었고 그럼에도 사람과 부대끼는 일을 잘해내고 싶었다. 겁냈던 날. 아팠던 날. 서툴던 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만큼 괜찮은 날도 늘었다. 잘하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꼬꼬마들과 서울 나온 날. 길안내하고 배불리 먹이고 아이들이 골라준 덕분에 이천오백 원짜리 머리핀을 구해서 기분좋았다. 언제 이렇게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를 짧은 여행길. 아이들에게 하나 더 먹이고 싶고 하나 더 보여주고 싶고. 발이 꽁꽁 얼어 달달달 떨며 걸어도, 지갑이 가난해져도, 잘 웃고 잘 먹으니 그냥 다 좋았다. 이 맛에 이 일을 사랑하고 매만지고 곱씹고 오래 앓는다. 사람을 챙기며 나를 챙겼다. .. 2016. 7. 1.
2015.2.17. 꿈 별이 뜨지 않아도, 거짓말처럼 별이 쏟아지는 밤. 그런 밤을 별처럼 수놓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 까닥까닥 흔드는 할머니 발이 따뜻한 것처럼, 좋은 사람들 곁에 두고 좋은 사람의 곁이 되어 평범한 날을 따뜻하게 채우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되고 싶은 일. 최고은의 Ordinary Song을 들으며 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2015.2.17. 2016.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