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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7. 노래를 들으려고 자주 가는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서 하이쿠를 읽었다. 눈사람에 대해 나눈 말 눈사람과 함께 사라지네 - 시키 고즈넉히 시린 기운에 마음을 비워내야 할 12월은 멍하니 보내버리고, 새 다짐으로 마음을 채워야 할 이 달에, 지난 해 내 모습을 되짚어보면서 마음을 비우고 있다. 한 아이와 이야기하다가, 지난날을 돌아보는 건 반성이면 족하지 후회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멋진 척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지난날 움츠러들었다고 앞날까지 움츠러들지 않아도 되는데, 젊은이다운 패기 없이, 패기까진 아니더라도 싱그러움마저 잃은 채, 난 너무 자신을 믿지 못했다. 지난날을 보내며 나는 더 조심스러워졌고 내가 지닌 힘의 한계도 많이 느꼈다. 내가 어울리는 자리에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2015. 12. 22.
2009.10. 쉽게 꿈꾸지 않겠다 신입활동가 워크숍에 다녀오기 전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10개월 남짓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 마음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또 아이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며 갑갑하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거나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도 못하고 일상만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내 모습에 화가 많이 나기도 했다. 올해는 안팎으로 한계를 맞닥뜨리며 무력감을 느끼는 날들이 참 많았다. 지금 나는 정체해 있기 때문에 활동가에 소속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서 들었다. 그래서 신입활동가 워크숍에 다녀오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얼떨결에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출발하는 날까지 사실 마음이 불편했다. 함.. 2015. 12. 22.
2008.12. 첫마음, 그리고 다시 첫걸음 실무자란 이름을 얻게 된 지 이 주 남짓 지났다. 아직까지 나는 이곳에 아이들과 놀려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잔소리 한 짐 풀어 놓으려고 오는 것 같다. 한 아이는 “쌤, 용 됐어요!”라고 직설적으로 축하하고, 또 한 아이는 진급(?)했으니 사무만 하고 교실에 들락거리지 않을 거라며 좋아한다. 자원교사에서 실무자라는 변화가 아직은 부담되고 낯설다. 전처럼 자원교사로 아이들과 놀면서 지냈으면, 하고 철없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한참 어린 듯싶다. 더욱 더 멋스럽고 다감하고 위트도 있고 자신감도 넘치는 그런 사람이 돼서 짠, 하고 다시 등장하고 싶었는데, 어수룩하기만 한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 오늘도 여전히 부끄럽다. 2005년 10월, 좁고 어두침침한 골목, 옆 교실의 수업이 생생하게 들리.. 2015. 12. 22.
2009.11.2. 굉장히 추운 날이었다. 사무실과 부엌에서 몸에 서늘하게 닿는 냉기에 지난 겨울 기억이 순간적으로 살아났다. 그때도 참 추웠었는데 곧 겨울이구나 할 만큼 지나가는 시간들이 새삼 새로워서. 그리고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난 여전히 서툴다는 게 다시금 각인돼서. 자책하고 싶진 않은데 생각이 자꾸 거기에 미친다. 힘을 나눠야 할 이들을 돌아볼 여유가 잘 나질 않아서 그러지 못했다기보다는, 자꾸 내 안에 갇히고만 있는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해야 할 몫을 다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런 날 찾아 준 네가 참 고마웠다. 내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사실 나도 여전히 문제에 매여 있기만 해서, 회피하고 있어서, 내가 해결할 수 있었더라면 더 힘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한편으로는 참 미안했다. 마음.. 2015. 12. 22.
2009.10.30.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누구에게나 자신의 시대는 자못 격정적이다. 이 격정 앞에 온몸을 내던져 맞부딪쳐 나가는 사람이 있고,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이 있다. 뼈아픈 시련을 자기 발전의 밑바대로 삼아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사람과, 한때의 득의가 주는 포만감에 젖어 역사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버린 사람도 있다. - 정민, 『미쳐야 미친다』 머리말 중에서 오늘은 학교에 올라가서 등교거부 청소년 세미나를 들었다. 현황에 관한 이야기들이어서 '그렇구나, 그러면 이제 어떻게'가 꼬리를 물지만, 연구가들이 담당해야 할 영역과 현장에서 담당해야 할 영역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 경계가 없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어쩌면 그 영역이 구분되기 때문에 더 내실있는 것을 얻을 수 있겠지. 다만, 영역을 넘어서서 다른 영역이 .. 2015. 12. 22.
2009.8.5. 이해 감정 조절을 못 하고 화를 크게 내 버린 뒤(크게 혼을 낸 게 아니라) 집에 보내서, 어젯밤 내내 맘이 편치 않았는데 평소처럼 엉뚱한 모습으로 다가와줘서 참 다행이었다. 어제, 선생님은 날 하나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화내던 아이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이들을 많이 이해하고, 많이 참고, 많이 생각한다고, 그래도 이 세 가지는 잘하고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난 한참 많이 모자랐었나 보다. 아이일 때 나도 그랬다. 충분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내 맘속에 갇혀 살았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마음으로 울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사랑이 내려오는 데에 칠십 년이 걸렸다고 했다. 진심을 열어보이려고 하는데, 자꾸만 뭔가에 걸려.. 2015. 12. 22.
2009.8.4.바람 방학이 돼서, 이제 몇 주 안 남긴 했지만 시도해 보는 몇 가지 활동들. 결국 모든 것들은 자신감으로 귀결되겠지. 공부도 열심히 하게 해서 오른 성적으로 뿌듯했으면 좋겠고, 노력했을 때의 가능성을 느꼈으면 좋겠고, 많은 체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나 어딘가에서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도 이런 거 경험해 봤다고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생각도 탄탄히 하고 말하는 연습도 많이 해서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자신의 언어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매사에 자신있는 너희들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내 욕심일까. 아직 역량도 부족한데 욕심부터 너무 앞서나. 내 욕심과, 너희들의 희망을 분별하는 연습을 자꾸 해야할 것 .. 2015. 12. 22.
2009.7.9. 성장 돌아서면 맘아프고 살살 달래주고 결국은 피식 웃고 말 거면서, 화내고 소리치지 않아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데. 내 성량에 내가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는데. 아이들이 누가 군대 가면, 누가 대학생 되면, 자기가 어른 되면 너무 징그러울 거라고 말을 하는데, 나도 지금 내 나이를 아이들만큼 했을 때 헤아리지 않았었다. 한창 어른들이 미울 땐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너무 싫었고, 생각을 고쳐먹고 난 다음에는 스무 살이 넘으면 많이 달라질 줄 알았고, 정작 스물이 되서는 졸업할 때가 되면 어른스러워질 수 있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졸업 후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어리고 여전히 막연하기만 하다. 내년 이맘 때쯤이면, 조금은 더 달라져 있을까.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해마다 .. 2015. 12. 22.
2009.6.26. 출장 두어 주 전 읽은 '길은 학교다' 가장 많이 자극받은 책,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The Freedom Writers Diary' 서울에서 이틀 간의 진로코디네이터 교육과 다른 지역 청자 및 사회복지기관의 진로지원사례 인터넷 기사로 읽은 wee project 성공사례 ... ... 예전에는 여러 사례를 접하고 댕댕댕 내 머리에 종을 울리는 교육을 받을 때마다 아이들의 잠재력과 변화가능성에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역적 한계와 적용가능성 여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정식으로 일을 시작한 지 육개월 남짓 지났다. 감동적인 사례 뒤에는 한 명의 아이가 변화하기 위해서 지도자와 아이 자신의 수많은 갈등과 절망과 희망과 에너지가 녹아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짐작할 수 있겠다. 무력감을 핑계삼아 안주하.. 2015. 12. 22.
2009.6.4. 잠재력 농구공 튕기고, 축구공 힘차게 차고, 땀 흘리고 서로 부딪치고 넘어져도 하하호호 깔깔깔 웃는, 어제 저녁만큼 마냥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는데. 세상이, 환경이, 아무리 너희들을 힘들게 해도, 너희들 안에 숨어있는 힘이 얼마나 무한한지 아무도 헤아릴 수 없으니까, 더욱 튼튼해지렴. 더욱 강해지렴. 너희들의 꿈을, 미래를 가리는 것들을 반드시 이겨내렴. 2015.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