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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달, 밤

by 리을의 방 2016. 6. 22.
은행나무 가로수에 가로등불이 달처럼 걸렸다. 달이구나, 했다. 한 번 보고 한참 걷고 다시 보고, 그러고 걸었다. 가로등불보다 작고 덜 환하지만 달은 달, 진득한 달이 잘 따라오나 달을 잘 따라가나 하늘을 바라고 걸었다.

미지근한 밤공기가 살에 닿는다. 기온만큼 더 걸으려고 발을 딛는다. 나는 조금은 더 기운나는 사람이고 싶었다. 땅을 더 힘차게 박차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달밤에 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싶어졌다. 오로지 내 발로 바퀴가 구르는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땅으로 스민 기운이 두 발을 뿌리로 삼아 내게 다시 스며들었으면 싶었다.

201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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