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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풍덩 빠지지 못했다.

by 리을의 방 2016. 5. 20.
스폰지하우스가 문을 닫았다. 정 붙인 곳들이 손에 꼽혀서일지 오래 허했다. 아끼는 것들은 왜 자꾸 사라질까. 퇴근길에 들를까 하다 몇 번 발을 돌렸던 일을 후회했다. 더 아끼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아 발을 돌리는 길이 적적했다.

정을 너무 붙이지 말라고도 하고, 그럼에도 충분히 사랑하라고도 하고. 사라지는 것을 두고, 마음을 보호한다는 여러 방법들. 그럼에도 편으로 마음이 기운다. 서둘러 마음을 떼는 일은 서글프다. 쓸쓸하다. 아프다. 그럼에도 기울지 못하고 산다. 사람을 공간을 마음을 잃지 않고 싶은데 겁이 많아 풍덩 빠지지 못했다. 얕은 물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마음이었다. 잃어버린 영화관을 생각하다가 어쩐지 마음을 들킨 것도 같아 부끄러웠다.

얄팍한 마음을 못 견디는 날이 있었다. 바다 대신 청계천에 앉아 물소리를 듣는다. 풍덩, 풍덩. 헤엄쳤던 날이 언제였을까.

201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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