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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바람을 쐬고 싶었다.

by 리을의 방 2016. 1. 9.

"나 대신, 다 다녀줄래요?"이 말에 나는 내 어깨를 부딪쳤다. 적어도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은 태어나 평생 16만 킬로미터를 걷는다고 한다. 그 길이가 무려 지구 세 바퀴. 16만 킬로미터보다 더 넓은 가슴을 가진 한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게 터지게 터지게 좋았다. 나는 어딘가로 갈 때마다 그 말이 담긴 작은 상자를 가방에 담았다. 그 가방은 아무리 다른 뭔가를 넣어도 무겁지 않았다.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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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쐬고 싶어서, 가게 간다고 갈아입은 옷이 아쉬워서, 타박타박 걸었는데 늦은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소란스런 카페에서 이어폰 볼륨 높이고 내 동굴을 만드니 마음이 나아졌다. 좋은 문장을 베껴쓰니 말들이 내것이 된 것 같았다. 더 어릴 땐 밤바다도 운동장도 한 시간 먼 길도 잘만 다녔는데 한 살 한 살 먹으니 조금은 무서워졌다. 한 살 더 먹으니 많은 일들에 간이 조금은 작아져버렸다. 왜 이렇게 생겨먹었나 하는 순간들도 더 많아질까. 마음이 묵지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