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지하철6 필사 책을 베껴쓰는 일을 좋아했다. 마음에 닿는 문장을 꾹꾹 눌러쓰며 베끼다 보면 그 문장들이 내것이 된 것 같았다. 문장을 오래 매만질 수 있었다. 내가 문장이 된 것 같았고, 나도 그런 문장을 만들고 싶었다.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 오후면 허정허정 걷다가 봄이나 콩삼이나 왓집에 가서 좋아하는 커피에, 좋아하는 문장에, 한 주를 맺고 한 주를 충전했다. 한 주의 작은 외출이 꽤 힘이 됐다. 지난 겨울부터 일 년을 손을 놓았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마음에 틈이 잘 생기질 않았다. 쉬는 날이면 겨울잠 자듯 긴 잠을 잤다. 철이른 겨울잠 속에서 나는 더 조용해졌고 말도 생각도 글도 잃은 것 같았다. 겨울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책읽는지하철의 홍대필사모임에 들었다. 필사는 베껴쓰기와 같은 말인데도 어.. 2016. 1. 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