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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퇴근길

by 리을의 방 2015. 12. 28.
이 시간이 되면 불이 잦아든 밤 풍경은 거기도 여기도 비슷해서, 어쩌면 일상에 잘 스며들고 있는지도 몰랐다. 비가 언제 왔다 갔을까. 촉촉한 밤길이 좋아서 김동률의 노래도 들으며, 이 사람의 목소리는 바닥을 치는 노래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며, 그림자를 반복해서 듣고, 그림자처럼 걸었다.

오래 앉아 일을 하면 일찍 죽는다는 기사가 신경쓰이기도 했고, 핑계가 필요했을지 한 살 더 먹는 나이를 생각했을지, 퇴근길마다 조금씩 걸었다. 경교장까지 가다가 기분이 더 내키면 시청까지 걷고, 오늘은 충정로까지 가던 길 도로 돌아와 지하철을 탔다. 단도리 잘하라고, 할머니께 많이 들었던 말. 단속은 단도리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아서, 그냥 더 좋아했던 말. 단도리를 잘해야 하는데. 잊지도 말고 잃지도 말고. 잘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놓칠수록 걷는 때가 잦았다.

생각이 그칠 만큼 오래 걷는 길을 하나 만들어둬야지. 오늘의 귀가도 여기서 끝.

20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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