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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어제와 오늘

아주 천천히 조금씩

by 리을의 방 2015. 12. 28.
집과 사무실이 코앞이었을 때는 일 마치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기어들어가 자기 바빴는데. 사십 분 남짓 떨어진 지금은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온 게 괜히 아쉬워서, 주왁주왁 걷는다. 늦잠도 자고, 느지막히 나와 느릿느릿 일도 하고, 생긴 대로 하루를 사는 토요일. 집은 아쉬워서 광화문길을, 정동길을 걸었다.

 씨네큐브 다음으로 좋아하는 스폰지하우스. 무엇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제주 살 때부터 출장을 자주 나왔던 근처라 익숙한 곳이 됐다.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이 노래 저 노래 들으며 앉은 때. 이제 조금은 내 동네 같다.

지도에 코를 박지 않아도 편한 길이 생기고, 편한 사람이 생기고, 익숙한 것들이 아주 천천히 조금씩 늘었다. 생긴 대로, 느리지만, 이 역시 괜찮다.

다음에 이사를 하면 한강 근처로 가서 졸락졸락 나가 걸어야지, 생각을 하며. 주왁주왁, 졸락졸락, 착착 붙는 바다 건너 의성어와 의태어도 생각하는 사이, 시간이 다 됐다.

201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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