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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1.10.19.

by 리을의 방 2015. 12. 23.
1. 
너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어디가 아프진 않니 
괜찮니 
듣고 싶었던 말. 하고 싶었던 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런 꿈을 꾸는 내가 속상했다. 

2. 
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동네에는 모기차가 돌아다니고, 집에서 사무실에서 모기와 싸우다 지쳐서 모기향을 다시 사 왔다. 힘이 없어 툭툭 떨어지는 마른 모기가 가엾다 싶으면서도, 손가락에 발등에 종아리에 발진이 올라와서 귀에서 조금만 앵앵거려도 신경이 곤두선다. 날아다니는 모기를 눈으로 좇느라 도통 집중을 못 한다. 모기 만을 탓할까. 내가 부쩍 예민해졌다. 귓바퀴가 콕콕 쑤신다. 여러 일들을, 상황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면서 괜히 모기 탓으로 돌린다. 

봉사를 시작했고, 일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여가와 노동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었다. 비영리의 틀에서 사람을 사귀는 일/삶. 흡수되는 방향을 가늠하는 자체가 어려운 일/삶. 재화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사전적 정의의 개념만 가지고 아이를 만나는 직업을 갖고 싶다면 어떤 형태이든 사실 말리고 싶다. 아이에게 미칠 영향은 물론이고, 많은 것을 외면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견디기도 어려울 테니까. 그런데 외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렵다. 

어디까지 내 생활일까 경계를 그어보는 일이 사실 무의미하면서도 그래도 생각해보니 독립적인 내 생활이 거의 없었다. 넉다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프트 키를 눌러야 하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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