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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0.5.17.

by 리을의 방 2015. 12. 22.
김포공항에서 비행기가 뜨는데, 수학여행단이려나 아이들이 우와- 하고 정말 큰 소리로 떼지어 환호했다. 제주에 거의 다 왔을 때 비행기가 덜컥 겁이 날 만큼 무섭게 흔들렸다. 나는 심하게 겁먹어서 앞좌석 시트만 꼭 붙들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자이로드롭 같다고, 재밌다고, 폴란드여객기 사건을 얘기하며 죽는 거 아니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댔다. 아이들의 태연함답게 비행기는 무사히 잘 도착했고, 비행기와 공항을 연결하는 버스 안에서 에너지 가득한 남자아이들은 의성어와 몸짓만으로 외국인과 즐겁게 대화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참 예쁘고 또 부러웠다. 나는 열 몇 살 무렵의 재기발랄함이 없었고, 스물 몇 무렵의 싱그러움도, 열기도 없는데. 그 무렵 내가 마음을 묶어두지 않았더라면 달라지는 무언가가 있었을까 싶어졌다. 이제서야, 그 무렵의 부작용이 나타나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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