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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새날 듣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담는다.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생각이 많아지는 밤. 생각이 너무 많이 스며서 내 허리도 휘었나 보다. 2016. 1. 4.
설움과 입을 맞추는 것 김수영의 시, 거미 생각을 오래 했다. 결국은 혼자만의 생각이어서 발전할 것도 맺을 것도 없는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오래 생각하다가, 내 잘못을 생각하다가, 서러운 생각이 일었다. 아무래도 이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생각하기를 멈췄다. 서러운 것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바라지 않으면 서러울 일도 없었다. 바람, 바라지 않음. 반의관계이지만 그 사이 촘촘히 채워진 명명하기 어려운 감정들. 바라지 않으면 맺어지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감정의 풍경으로 치열하게 뛰어들 수도 없는 나는, 그저 우두커니 기다리는 방법밖에 몰랐다.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멍하니 있다가, 누워있다가, 일상의 순간 순간마다 생각이 들고 감정이 인다. 평탄하게 다져진 마음으로 사는 삶과, 어떤 감정이든.. 2015. 12. 28.
이병률, 찬란 호흡을 가다듬는 시가 있다. 마음을 다독이는 시가 있다. 한 구절 한 단어, 마디마디 담긴 의미가 명료하게 해석되진 않아도, 행간에 자간에 마음으로 전해오는 미묘한 떨림이 마냥 좋은 시들이 있어 이따금 시를 찾는다. 생각이라는 것 자체를 내려두고 싶은 순간들이 자주 생긴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결국, 생각이라지만. 넋놓고 풍경을 보듯 정서의 풍경에 빠져 몇 번이고 곱씹는 시행의 울림에 위안받고 싶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시는, 소설 한 권만큼이나 내게 묵지근하다. 빛나는 단어는 내게 어색하다고 생각했었다. 언젠가부터 궁극의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았고, 하루를 딛는 일이 무거웠다. 하루를 잘 살아냈으니, 또다른 하루를 잘 맞이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었다. 과거와 현재의 역동을 인정.. 2015.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