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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125

2009.3.23. 무력감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지닌 너희들 앞에서, 의연한 척 어른스러운 척할 수 밖에 없는 내가, 돕고 싶은 마음뿐이지 힘이 없는 내가 참 싫다. 넘어져 있는 너희에게 내가 손을 내미는 게 맞는 걸까,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걸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길 가만히 바라는 건 방관일까.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힘을 다해 억지로라도 일으켜세워야 하는 걸까. 아름샘이란 이 호칭이, 선생님은 참 부끄럽다. 2015. 12. 22.
2009.3.11. 한계 좋은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다짐은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은 나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이기적인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고 보면, 삶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라면 이 삶을 채워나가기 위해 택하는 모든 방식들은 결국 하나의 수단이라는, 그러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단기간의 수단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했던 내 말이 틀렸다고 지적했던 누군가의 말이 맞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다수의 사람들보다 나는 두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를테면 낯가림을 떨쳐 내기 위해서도, 고착된 상처 탓에 별 것 아닌 일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사람을 사귀기 위해서도,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내 삶의 흔적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나는 더 많이 부딪쳐야 하고 더 많.. 2015. 12. 22.
2009.2.7. 장난 간밤의 벼락같던 시간, 깨어나 보니 한바탕 꿈을 꾸고 난 것 같은 기분. 무엇이 궁금해서 그랬을까 허탈하면서도 결국은 아직은 어려서 그랬을 거라고, 이해를 해야 하는 걸까. 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놀라게 한 만큼, 느낀 바도, 마음의 괴로움도 얻었겠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너희들 스스로 겪을 맘고생은 스스로 받는 벌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자라고 있는 중이니까- 라고 많은 행동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리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감쌀 수 있는 것은 아니잖니. 간밤 일을 통해 너희들이 뭔가 더 배우고, 보다 성숙해지길 바라며 피식 웃을 수밖에. 내게도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 주었다. 2015. 12. 22.
2008.5월. 교육실습 2008.5.6.화. 네 시 반 기상, 어색한 정장, 여섯 시 반 출발, 일곱 시 반 도착, 화장품 알러지, 반항하는 아토피, 전체 조회, 교직원 조회, 긴장해서 빨개진 얼굴, 긴장, 두려움, 초조함, 설렘 약간, 부담감 가득. 견학실습 기간 동안에는 나도 저만큼 수업해 보고 싶다고 마음이 몽실몽실 들뜨다가, 교육실습이 시작되자 주눅이 팍 들어 버렸다. 나보다 더 키가 큰 아이들을 보며, 나는 이 아이들보다 마음의 키는 더 클까 싶었다. 공부방 아이들에게 보였던 마음처럼, 이곳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그렇게 다른 현실에서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지금 내 역할이다. 수업 잘하는 선생님, 칭찬 많이 하는 선생님, 친해지고 싶은 선생님, 기억하고 싶은.. 2015. 12. 22.
2008.5.5. 견학실습 견학실습 첫째 날 자신감은 자꾸 바닥을 치고, 머리도 옷도 내가 있는 이 자리도 너무 어색하고, 많은 사람들 틈속에서 너무 피곤하고, 집일은 자꾸 마음에 걸리고, 긴장해서 속은 쓰리고, 모든 게 다 신경쓰인다. 불안불안한 하루. 견학실습 둘째 날 청자 아이들에게 하던 대로 등을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움찔. 이곳 학생들에게 나는 지나가는 바람일 뿐일텐데. 지도 선생님의 수업은 참 좋았다. 수업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을 대할 때 하는 말들과 수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것 같아서 자신감이 약간 생겼다. 과제는 자꾸 밀리고, 몸은 피곤하고, 아버지와 통화하고 마음은 묵직하고, 진로 고민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 기대감과 호기심에 부풀어 가슴이 두근거려도 모자랄 판인데 나는 참, 지금 .. 2015.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