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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5.2.5. 유자차

by 리을의 방 2016. 6. 29.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이고, 봄날으로 가겠다고 유자차를 흥얼거렸다. 걸으며, 머리 식히는 틈틈이, 듣고 불렀다. 기다리는 봄은 오지 않고 눈비 맞은 아침. 출장길, 비행기 타고 오르니 하늘은 이미 봄날이었다. 계절의 틈에서 봄을 기다리면서, 봄날이 다시금 와도 나는 봄으로 가겠다고, 봄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봄은 무엇일까.
무얼 할까, 에서 비롯된 생각은 무얼 할 수 있을까, 무얼 해낼 수 있을까로 묵직해졌다. 산뜻하게 마주할 것들을 곱씹는 버릇으로 무게를 더했다. 봄을 기다리고, 겨울을 잡고 싶었다. 오도가도 못하는 마음이 있어 나는 환절기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핍을 채워야 할 것으로 채우지 않아 이따금 그리고 여전히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채웠고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잘했고 여전히 잘못한 것이 맞았다. 사랑하고 사랑하지 못했고, 지키고 지키지 못한 일이 많았다.
틈이 많은 마음이 부르튼 손만큼 거칠었다. 계절에 자연스레 손이 아물듯 봄이 오면 마음 또한 그럴 것이라는 바람에, 여전히 봄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하늘은 겨울밤.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일들. 툭 툭 터지는 생각들.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20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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