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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5.1.28. 같이 걸을까

by 리을의 방 2016. 6. 29.
이 노래를 들으면 늘 설산이 생각났다. 노래를 온기 삼아 자박자박 발딛으며, 오래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이 복작일수록 노래를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고 또 설산 오르는 생각을 했다.

눈사람 만들어 냉동실에 꽁꽁 숨겨두었던 철없던 날이 생각났다. 어느날 집에 오니 수돗가에 던져진 눈사람을 보고 할머니께 화내고 서럽게 울었었다. 봄까지 눈사람 지키겠다는 철없고 어린 사명감은 우습고 부끄러웠다.

눈이 참 많이 왔던 고등학생 어느 날, 친구와 큰 눈사람 만들고 귤로 눈도 달아주었다. 쉬는시간에 누가 귤만 빼서 먹어버렸다고, 눈이 사라진 눈사람 때문에 속상해 울었던 친구 생각이 났다.

지지난 겨울, 외근 다녀올 때마다 두유빌드어 스노우맨 노래 부르며 노크하지 않으면 문 열어주지 않던 꼬꼬마들도 생각났다. 꼬꼬마들 생각하니 이번 겨울도 눈구경 데려가지 못해서 미안해졌다.

눈사람 만들고 필름사진 찍고 싶었다. 2월에도 눈이 남아 있을까. 나는 또 다음 겨울을 기약해야 할까. 눈을 생각하다가, 미안하고 그립고 못다한 것들을 생각하다가, 어딘가 바람이 스몄다.

201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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