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넓은 등이 있어1 캐롤, 손과 등 1. 금요일 밤, 캐롤을 보고 왔다. 어쩌면, 영화 자체보다 영화 보고 집까지 타박타박 걷는 길을 나는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 오고 나서 시간을 얻었다. 책과 영화를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살았다. 타인의 이야기가 내 행간이 되길 바랐다. 내가 조금은 더 북적이길 바랐다. 영화가 끝나고 밤 열두 시, 붐비던 신촌길이 한산했다. 좋아하는 머플러를 둘렀다. 봄을 부르는 겨울비가 촉촉했다. 오늘의 걸음에, 시청에서 광양을 걷던 어제의 길이 포개졌다. 길도 마음도 붐비지 않았다. 낯설지 않은 오늘의 마음이, 오늘의 밤이 총총 수놓이면 나의 밤과 낮은 얼마나 든든할까. 문득 그런 생각도 했다. 2. 내 눈을 온전히 보아주는 사람. 내 어깨에 지긋이 손을 얹어주는 사람. 영화를 보기 전 이병률.. 2016. 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