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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2

백석, 선우사(膳友辭) 백석, 선우사(膳友辭) - 함주시초 4 낡은 나조반에 힌밥도 가재미도 나도나와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먹는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무슨이야기라도 다할것같다 우리들은 서로 믿없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긴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탓이다 바람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소리를들으며 단이슬먹고 나이들은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배우며 다람쥐동무하고 자라난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없어 히여젔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하나 손아귀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없다 그리고 누구하나 부럽지도않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같은건 밖에나도 좋을것같다 - 조광 3권 10호, 19.. 2016. 9. 21.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의 시가 기억나 찾아 옮겨 적었다. 시를 읽은 밤, 일을 조금 일찍 마쳤고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고 밥을 먹고 웃고 노래하고 밤길을 오래 함께 걸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방청소를 하고 창을 활짝 열고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를 한참 들었다. 탓, 낱말에 온기가 돌았다. 밤의 소리와 풀냄새와 이런 저런 풍경과 사람과 마음 같은 것들을 어느 탓으로 여겨보았다. 문득, 이따금, 나는 나의 몫으로 살고 있을까, 내 자리가 어딜까,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나는 무얼까, 생각이 툭툭 떨어졌다. 생각을 줍고 싶은데 잘근잘근 밟기만 하는 것 같았다. 허공을 둥 헤맬 때, 어느 옛 흔적에 발이 묶일 때, 그의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때, 내가 힘이 나지 않을 때,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릴 때, 해가 질 때, 낯선 풍경에 있을 .. 2016.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