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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코니카 렉시오 70

2014.7.~8. 코니카 렉시오70, 코닥 프로이미지 100

by 리을의 방 2016. 1. 8.

2014년 7월-8월, 제주 서울 이곳저곳.
코니카 렉시오70, 코닥 프로이미지 100 (konica lexio70, kodac proimage 100)

한라수목원 산책




며칠 낸 휴가. 표면장력이 최대치인 것 같아 핑계도 생긴 겸 대책없이 나왔다. 마음은 불안해서 할일도 바리바리 쌌는데 짐이 됐다. 가방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탁자에 펼쳐두고 창가자리, 한량처럼 앉았다.

낯선 거리에서 낯선 버스 번호 세고, 낯선 사람들 내려다보며 마음도 느슨해졌다. 옷도 늘 느슨한 나는 양복군단들 사이에 있는 것만 해도 낯설다. 내옆자리 양복아저씨는 바삐 업무 처리 중이고, 내뒤 양복아저씨는 성우같은 목소리로 젊은 친구들에게 조곤조곤 조언을 해준다. 창밖 양복아저씨들은 스크류바랑 메로나 입에 물고 지나간다. 일은 펼쳐두고, 나도 목소리 좋은 어른 어디 없나 이런 생각이나 하며 그 사이 경계선처럼 앉았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사는 사람들의 풍경에서 나도 한 점일 테다. 내 점의 크기는 얼마나 하나, 점이 있긴 하나, 선명하나 흐릿하나 십대 무렵 하던 생각은 십 년이 지나서도 늘어진다. 앞으로도 계속 물고 늘어질 생각이겠구나 인정하기로 한다. 짐도 마음도 툭 내려놓고 길로 나왔다.


 


씨네큐브

 


홍대 유어마인드

 

 


서촌. 친구의 목욕탕 전시